나비에 대한 이해

소장 오사주
소장 오사주 · 알맞은 인생데이터 연구소를 운영합니다
2024/04/26


  내담자의 한숨이 가슴속을 후벼 판다. 부모님의 권유로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지만 수차례 고배를 마신 그는 우울증과 수면 장애로 고생하는 중이었다. 자포자기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랬다가는 정말로 삶을 망쳐버릴 것 같다며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든 부모님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밝은 미래를 선명하게 읽어 주며 위안을 건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머릿속이 더 복잡해져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헛된 희망을 줬다가는 깊은 실망에 빠져 좌절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내일은 또 어떤 사연들이 나를 찾아올까 괜스레 두려워진다. 행여라도 헛다리를 짚을까 싶어 예약된 내담자들의 사주팔자를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세 번 보는 걸로도 모자라 자기 전에도 한 번 더 들여다보곤 한다.
 답답한 마음에 터벅터벅 산책을 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더위를 이기지 못해 땀을 뻘뻘 흘리며 걸었는데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부는 걸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왔나 보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잦아든 자리를 찌르르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대신한다. 노을로 물든 주홍빛 하늘 위를 너풀너풀 날아가는 흰나비도 보인다.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다. 나비는 저 가녀린 날개를 팔랑이며 멕시코까지 날아간다고.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을 사진에 담으려 재빨리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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