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 소감에서 배우는 한강의 겸손
2024/10/12
1. 영광의 절정에서 빛나기를 거절한 겸손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 어느 야망 넘쳤던 과거의 소년은, 이 속담을 읽고 당연히 지켜야 할 상식이라 여기며 마음에 담아는 뒀지만, 그 참뜻을 진정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오만한 자세를 가진채 성인이 되어 세상을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그리고 산산조각이 나도록 깨졌습니다. 자신의 재능은 사회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었습니다. 사회는 작은 일조차도 혼신의 힘과 정성과 연구를 다해야만 그나마 1인분 몫에 가까운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성인의 나이가 된 과거의 소년은, 세상의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얼마나 위대한 분들인지를 알게 됐습니다.
그 청년은 이제는 압니다. 평범한 그분들이 화려하게 빛나는 삶을 가끔씩 동경하시기도 하지만, 빛나는 이들 조차도 평범한 분들의 수많은 도움이 있었기에 그 자리에 오르고, 자신의 능력을 뜻대로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부모님, 형제 자매들, 스승님, 친구들, 친척들, 동료들과 상사들, 법과 윤리를 지키는 수많은 길거리의 행인과 승객들, 의료인들과 기술자들, 육체 노동자들, 지적 노동자들, 주부님들, 그 밖에 수많은 눈에 안 띄는 사회의 기둥들...
저는 그분들처럼 일을 잘 해낼 능력이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평범한 그분들은 자신의 활동 반경 안에서는 지금까지 살아남기 위해 숱한 역경을 이기고 관록을 쌓아왔습니다. 자기 관련 분야의 법이나 관습, 인간 관계, 정보, 패턴, 본능적인 직감 등에서 경지에 이른 분들입니다. 저는 그나마 저의 일자리들에서 아둥바둥 나름 열심히는 했기 때문에, 저를 좋게 봐주시고 일도 알려주고 써 주셨습니다. 그렇지만 롱런은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뉴스에서 속보로 전해 들었습니다. 국가의 경사임에 틀림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온 국민분들께서 기뻐하십니다. 한국 문학계도 오랜 숙원을 풀었고, 무엇보다 작가님 본인께서 영광의 절정에 오...
2023년 얼룩소에 작가 데뷔.
데뷔 주제는 (한국과 세계 축구를 통해 떠오른 영감으로 찾는) '한국의 저출생 극복 방안' 입니다(「축구와 한국 사회」 - 1부 연재 종료, 2023년). / 시 창작 게시 (2024년~) / 「편의점과 브랜드」 비정기 연재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