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교실] 🍋 레몬 연습, 타인을 이해하는 법

오혜민
오혜민 인증된 계정 · 여성학자, 한예종의 페미니스트 선생
2023/04/26
매 학기 중반이 되면, 저는 수레를 꺼냅니다.
바로 요 녀석을 강의실로 가져가야 하거든요.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사진: 혜민)
그렇게 매 학기마다 저는 백 개 정도의 레몬을 수레에 싣고 강의실에 등장합니다.
점점 더 지칠 시기인 학기 중반 즈음, 학생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잔뜩 싣고 가는 기분이 되어, 상당히 무겁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가뿐합니다
(..그러니까 마음만요. 오늘은 마침 비가 왔고, 엘레베이터가 없는 강의실에 가야해서 아주 조금 고생스럽긴 했습니다. 그래도 보람은 있었어요).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훈련해 볼 근사한 연습 하나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 레몬 연습 🍋


1. 참여자 수만큼의 레몬을 준비합니다.
매 학기 중반, 100개 정도의 레몬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요만큼을 두 칸 채웠습니다 (사진: 혜민)

2. '레몬'을 떠올렸을 때 바로 떠오르는 단어들을 말해달라 요청하고, 나오는 얘기를 칠판 왼쪽에 쭈욱 씁니다.
노랗다, 시다, 비타민C, 그리고 하이볼, 데낄라, 레몬 소주 등등 오만 종류의 술과 음식 이름도 줄줄이 나올 겁니다.


3. 모든 참여자에게 레몬과 포스트잇 한 장씩을 나눠줍니다.


4. 5-10분 정도 레몬을 관찰할 시간을 주고, 포스트잇에 내 레몬의 특징을 기록해달라고 해주세요. 다만, 내 레몬에 어떤 낙서만큼은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합니다.
내 레몬에 이름을 붙여보라고도 권해보세요(지금까지 제일 재밌었던 이름은 '존 레몬'이었습니다. 그밖에도 '레몬스터', '몬드리안', '레모나르도 디카프리오' 등의 이름을 본 기억이 납니다.)


5. 정해진 시간이 되면 배부한 레몬과 메모한 포스트잇을 모두 다시 회수합니다.


6. 모은 레몬을 잘 섞은 뒤, 테이블에 쭈욱 늘어놓습니다. 불안한 눈빛이 모아질 때 즈음, 지금부터는 모두 앞으로 나와서 조금 전까지 관찰했던 '내 레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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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입장을 해석하고 번역하는 연구자, 존중의 공간을 만드는 선생을 목표로 반 페미니즘 백래시, 여성 청년, 교차성, 이주, 페다고지를 탐색한다. 도서 <벨 훅스 같이 읽기> <지금 시작하는 평등한 교실>, <Unbekannte Vielfa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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