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자살할 때
2023/09/12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것에 어떤 가치가 있을까. 무성 영화 시대의 끝과 함께 평생 스타였던 한 배우의 시대도 동시에 끝났다고 기사를 쓴 기자를 향해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는 폭언을 퍼붓다가 뒤돌아 감사 인사를 건넨다. 마지막 대화였다. 잭 콘래드는 기자의 말을 듣고 깨달았다. 새로운 정보가 아니었다. 그토록 인정하기 두려웠던 진실이었다. 영화는 기술과 함께 진화하고 있었다. 관객은 영화가 진화할 때마다 새롭게 열광하고 있었다. 흑백 화면과 커다란 자막이 번갈아 나오던 시대에서 컬러 화면과 대사와 사운드가 들리는 시대로 바뀌면서 어떤 관객도 심지어 영화 관계자조차 그 전이 더 좋았다고 반응하지 않...
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