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1
저도 대학 학생회를 해봤고, 총학생회칙까지 다 갈아엎어본 경력이 있어서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다만, 학교를 떠난 사람이 현재 내부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얹긴 조심스러워 말을 아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내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주셨고, 생각해볼 점이 있어 따로 글을 적어봅니다.
먼저, 저는 대학 내에서 총여학생회, 성평등 위원회 등의 기구를 해체하려는 시도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여기선 회계 문제나 구성원이 자진해서 해산하게 된 사례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대학 내에서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이나 여론 형성에 대해 이런 저런 논란이야 당연히 있을 것입니다. 사회에서도 페미니즘과 관련해 논란이 심하니까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학생회칙에 명시된 공식 기구를 맘에 들지 않는다고 없애보려는 선택 자체가 저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전략, 전술에 대한 문제는 해체에 대한 문제와 결이 다른 논의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고쳐쓸 생각은 하거나, 해당 단체의 역사 / 생겨난 이력 등에 대해 고민하는 공론화 과정이 충분해야지, 무턱대고 없애는 건 글에서 언급한 '반성적 논의' 자체를 막는...
먼저, 저는 대학 내에서 총여학생회, 성평등 위원회 등의 기구를 해체하려는 시도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여기선 회계 문제나 구성원이 자진해서 해산하게 된 사례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대학 내에서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이나 여론 형성에 대해 이런 저런 논란이야 당연히 있을 것입니다. 사회에서도 페미니즘과 관련해 논란이 심하니까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학생회칙에 명시된 공식 기구를 맘에 들지 않는다고 없애보려는 선택 자체가 저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전략, 전술에 대한 문제는 해체에 대한 문제와 결이 다른 논의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고쳐쓸 생각은 하거나, 해당 단체의 역사 / 생겨난 이력 등에 대해 고민하는 공론화 과정이 충분해야지, 무턱대고 없애는 건 글에서 언급한 '반성적 논의' 자체를 막는...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사실 제가 이 글이나 반박글에서 학내 페미니즘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이유는 글의 주제가 학내 페미니즘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대남이라는 어쩔 수 없는 맥락 때문에 이대남이라는 집단에 좀 더 호의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야 존재하겠지만, 저의 기본 입장은 이대남 마이너리티나 레디컬 페미니즘 둘 다 비슷하게 도덕적/정치적으로 비판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가 서있는 곳부터 바꿔보자"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저 역시 이대남들이 주류인 커뮤니티나 친구들 사이에서는 반골입니다. 대화 상대가 친구 이대남이었다면 오히려 "페미니스트들이 왜 저렇게까지 하고 있을까?"를 설명했겠죠. 여기에서는 아무래도 페미니스트 분들을 맞상대하다 보니 페미니즘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저는 이 공론장에서 페미니스트 분들께 기존 페미니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제가 할 수 있는 곳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속 집단이나 입지가 다를지라도 결국에는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관계이니까요.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다만 저는 공론장에서 "서로의 소속 집단부터 신경쓰자"라는 태도를 보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만약 "남자/여자는 레디컬페미니즘/이대남마이너리티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 함부러 의견을 제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시면, 이것은 보다 건설적인 비판을 가로막을 수도 있습니다. 집단 내부자의 비판만큼이나 외부자의 비판 역시 중요하니까요. 물론 그 과정에서 존중을 잃지 말아야겠죠. 제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쉽게 떠든다"고 오해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보였다면 제 책임입니다. 다만 상대 진영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하려는 태도는 계속 가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불편하시더라도, 제가 다는 반박 댓글에 대해서 "참고할만한 외부자의 견해" 정도로라도 받아들이고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권 옹호적/중립적 이대남"의 생각이 어떠한지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으시더라도 페미니스트로서 정치적 선택과 전략을 정하실 때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판은 언제나 감사하게 받아들입니다. 어차피 저는 비판 받을 것은 미리 예상하고, 논의를 확장하면서 저 스스로도 배움을 얻고 싶어서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서요.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절차적 정당성에 의거해 부당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에 동의하고, 저 역시 최근의 변화는 염려스럽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응은 전략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여전히 제 생각입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정치적 전략도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부 결속도 중요하지만, 뜻하시는 바를 관철하기 위해서 집단 외부의 아군을 포섭해 원하는 정치적 결과를 달성하는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투표에서 폐지에 찬성한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소수자 보호의 옹호자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들을 단순히 억압자로 규탄하기보다는 어떻게 포섭할지 고민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색안경
크게 힘이 되고 싶지만, 미약한 글 밖에 남길 수 없어 죄송합니다. 학생사회의 공론장(특히 에브리타임)의 역할 미비로 벌어지는 문제들은 한국사회가 제대로된 공론장을 잃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시금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대학다닐때 수많은 패배와 멸시를 경험했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변했던 기억을 희망의 징표로 삼아 견뎌냈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 중 가장 어둡고 추울때가 해가 뜨기 직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부디 힘내시길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덧.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문제는 기존 대학 동아리 관리체계에 맞춰볼때 다양한 생각들이 모여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별도의 글로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지길 바랍니다(아무도 안쓴다면 저라도 써보겠습니다)
제 글이 좋은 답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교내 지형이 페미니스트들에게 너무 위험해져 외부인의 한마디라도 힘이 되는 실정인것 같습니다. 최희윤님의 글에 동의하며, 소중히 써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호의적으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이 글이나 아니면 한혁님과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이렇습니다. "남보고 뭐라하지말고 내가 딛고 있는 곳부터 바꿔보자". 저도 한혁님과 같은 글을 어디서 많이 써봤던 기억이 납니다. '아 저것만 바뀌면 정말 다들 지지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그걸 안하지?' 젠더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이니 진보당이니 보수당이니 이런 문제까지 다요. 그래서 조금 더 격하게 글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니나 잘해'라는 의견으로 들릴까봐 조심스럽지만, 사실 이런 문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생각해보는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이상한 짓했다해서 나의 의견이 다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것도 상대방의 절멸을 꾀한다면요. 결국은 쌍방에 문제가 있다면 내가 더 발을 딛고 있는 곳, 내가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은 더 생산적일 것 같습니다. 그게 선행이 되지 않는다면 사실 받아들이는 쪽도 쉽게 들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 떠들고 지적하는 것은 정말 쉽고 편합니다. 내가 하는게 아니거든요. 근데, 이정도까지 문제가 갔다 하면 다른 측면에서 문제를 마주보는 것도 필요하겠죠.
"대학에서 왜 페미니즘이 인기없을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달리고 한혁님의 글이 달렸다면, 그냥 저는 '아 그렇구나' 하고 지나갔을 것입니다. 근데 존재에 대한 말살 문제면 조~금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상대방을 인정하지않고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는 의도라 생각했기에 혁님의 글에 몇 자 적고 가게 된 것입니다.
비슷하다면, 남보단 우리부터 달라집시다. 그래야 씨알이라도 먹힐거 같거든요. 제가 마지막에 '관조적'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 이 문제에 왜 관심을 가지고 옛날 얘기까지 꺼냈냐하면, 지금 총여나 기타 소수자 기구를 탄압하는 과정이 겉으론 회칙을 준수하면서 진행되고 있거든요. 우리가 진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은 실질적인 의도를 무시하면서 진행되는 행위에 대해 '절차적으로 옳으니 문제없다'라고 하는 해명 같은 것일 겁니다. 총여도 총투표로 없어지긴 했죠. 근데 그게 총투표니까 말을 할 수 없는걸까요? 여기까지 뻗히면 사실 양비론으로 쓰윽 넘어가기도 어렵습니다. 적어도 저는요..
공감되는 부분이 큽니다. 사실 제가 원글쓴이님의 글에 반박하면서 소위 "레디컬 페미니즘"이나 학내 페미니즘 세력의 무오주의적('나와 다른 의견은 보기 싫다') 견해와 이로 인한 반감을 지적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제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양 진영 다" 그런 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폐지론자 분들도 상대방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죠. 그런데 분들"이"가 아니라 분들"도"입니다. 솔직히 제가 만나본 두 그룹 분들의 "상대방에 대한 존중 수준"은 비슷했다고 봅니다.
우선 여기서 두 가지를 분리해서 보고 싶습니다. 하나는 일반적인 여론이고 다른 하나는 "반총여 세력의 공론화 의지"입니다. 일반적인 여론이 총여학생회에 대해서 비판적인 이유는 사실(제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말씀하신 "남을 인정하지 않고,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 드는" 태도를 학내 페미니즘 세력이 보였기 때문에, 중립적인 입장의 학우들도 돌아서버렸기 때문이라는 제 분석을 본 글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저는 반총여학생회 세력이 딱히 더 민주적이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학생사회의 총의 자체를 욕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민주당/국민의힘 안 뽑았다고 '국민이 미개하다'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여학우들만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도 총여학생회가 민심을 잃었다는 사실은 그 학생사회 총의가 기존의 총여학생회에 대해서 더 강한 책임을 물었다고 볼 여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보여지는 "상대방 존중 부재"의 수준은 부족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학내 페미니즘에 더 비판적으로 변한 것은 아무래도 2016년 이후로 학생사회에서 주로 직함을 맡고 목소리를 낸 분들이 학내 페미니스트 분들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작용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문재인 정부 집권기동안 사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도 별로 좋은 정치를 안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도, 아무래도 집권당이 민주당이었기 때문에 정권 교채 여론이 여론조사 상으로는 더 높듯이, 직함을 가졌던 쪽이 아무래도 현 사태에 대한 더 높은 책임을 요구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에브리타임과 같은 커뮤니티가 정상적인 공론장으로서 기능하지 못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합니다. 그리고 전통있는 학생운동 기구가 무너져 내리는 것에 대해서도 역시 유감입니다. 사실 제가 주장하는 "설득"이 보다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서 전통있는 학생사회의 규약과 기구가 유지된다면 그것도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인권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입장에서도, 과연 기존의 학내 페미니즘과 그 대의기관이 소수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특히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거부 사건과 TERF에 대한 포용적인 태도는 적어도 소수자 문제에서 학내 페미니즘의 명분을 많이 잠식했지요. 물론 말씀하신대로 이에 대한 자정 작용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앞서 언급하신 "상대를 철저히 부정하는 성향"을 학내 페미니스트 분들에게서도 많이 느껴온 저로써는...조금 걱정스럽기는 합니다.
솔직히 글쓴이님의 글은 저와는 서로 다른 측면에서 같은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다른 의견은 보기 싫다'라고 말하는 극단주의에 대해서 어느 진영에 소속된 이들이든지 끊임없이 반성하고 성찰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며, "이대남 마이너리티"나 "총여학생회 폐지론자"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당연히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비평 감사드립니다.
호의적으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이 글이나 아니면 한혁님과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이렇습니다. "남보고 뭐라하지말고 내가 딛고 있는 곳부터 바꿔보자". 저도 한혁님과 같은 글을 어디서 많이 써봤던 기억이 납니다. '아 저것만 바뀌면 정말 다들 지지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그걸 안하지?' 젠더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이니 진보당이니 보수당이니 이런 문제까지 다요. 그래서 조금 더 격하게 글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니나 잘해'라는 의견으로 들릴까봐 조심스럽지만, 사실 이런 문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생각해보는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이상한 짓했다해서 나의 의견이 다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것도 상대방의 절멸을 꾀한다면요. 결국은 쌍방에 문제가 있다면 내가 더 발을 딛고 있는 곳, 내가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은 더 생산적일 것 같습니다. 그게 선행이 되지 않는다면 사실 받아들이는 쪽도 쉽게 들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 떠들고 지적하는 것은 정말 쉽고 편합니다. 내가 하는게 아니거든요. 근데, 이정도까지 문제가 갔다 하면 다른 측면에서 문제를 마주보는 것도 필요하겠죠.
"대학에서 왜 페미니즘이 인기없을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달리고 한혁님의 글이 달렸다면, 그냥 저는 '아 그렇구나' 하고 지나갔을 것입니다. 근데 존재에 대한 말살 문제면 조~금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상대방을 인정하지않고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는 의도라 생각했기에 혁님의 글에 몇 자 적고 가게 된 것입니다.
비슷하다면, 남보단 우리부터 달라집시다. 그래야 씨알이라도 먹힐거 같거든요. 제가 마지막에 '관조적'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 이 문제에 왜 관심을 가지고 옛날 얘기까지 꺼냈냐하면, 지금 총여나 기타 소수자 기구를 탄압하는 과정이 겉으론 회칙을 준수하면서 진행되고 있거든요. 우리가 진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은 실질적인 의도를 무시하면서 진행되는 행위에 대해 '절차적으로 옳으니 문제없다'라고 하는 해명 같은 것일 겁니다. 총여도 총투표로 없어지긴 했죠. 근데 그게 총투표니까 말을 할 수 없는걸까요? 여기까지 뻗히면 사실 양비론으로 쓰윽 넘어가기도 어렵습니다. 적어도 저는요..
제 글이 좋은 답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교내 지형이 페미니스트들에게 너무 위험해져 외부인의 한마디라도 힘이 되는 실정인것 같습니다. 최희윤님의 글에 동의하며, 소중히 써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되는 부분이 큽니다. 사실 제가 원글쓴이님의 글에 반박하면서 소위 "레디컬 페미니즘"이나 학내 페미니즘 세력의 무오주의적('나와 다른 의견은 보기 싫다') 견해와 이로 인한 반감을 지적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제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양 진영 다" 그런 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폐지론자 분들도 상대방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죠. 그런데 분들"이"가 아니라 분들"도"입니다. 솔직히 제가 만나본 두 그룹 분들의 "상대방에 대한 존중 수준"은 비슷했다고 봅니다.
우선 여기서 두 가지를 분리해서 보고 싶습니다. 하나는 일반적인 여론이고 다른 하나는 "반총여 세력의 공론화 의지"입니다. 일반적인 여론이 총여학생회에 대해서 비판적인 이유는 사실(제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말씀하신 "남을 인정하지 않고,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 드는" 태도를 학내 페미니즘 세력이 보였기 때문에, 중립적인 입장의 학우들도 돌아서버렸기 때문이라는 제 분석을 본 글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저는 반총여학생회 세력이 딱히 더 민주적이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학생사회의 총의 자체를 욕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민주당/국민의힘 안 뽑았다고 '국민이 미개하다'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여학우들만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도 총여학생회가 민심을 잃었다는 사실은 그 학생사회 총의가 기존의 총여학생회에 대해서 더 강한 책임을 물었다고 볼 여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보여지는 "상대방 존중 부재"의 수준은 부족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학내 페미니즘에 더 비판적으로 변한 것은 아무래도 2016년 이후로 학생사회에서 주로 직함을 맡고 목소리를 낸 분들이 학내 페미니스트 분들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작용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문재인 정부 집권기동안 사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도 별로 좋은 정치를 안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도, 아무래도 집권당이 민주당이었기 때문에 정권 교채 여론이 여론조사 상으로는 더 높듯이, 직함을 가졌던 쪽이 아무래도 현 사태에 대한 더 높은 책임을 요구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에브리타임과 같은 커뮤니티가 정상적인 공론장으로서 기능하지 못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합니다. 그리고 전통있는 학생운동 기구가 무너져 내리는 것에 대해서도 역시 유감입니다. 사실 제가 주장하는 "설득"이 보다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서 전통있는 학생사회의 규약과 기구가 유지된다면 그것도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인권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입장에서도, 과연 기존의 학내 페미니즘과 그 대의기관이 소수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특히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거부 사건과 TERF에 대한 포용적인 태도는 적어도 소수자 문제에서 학내 페미니즘의 명분을 많이 잠식했지요. 물론 말씀하신대로 이에 대한 자정 작용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앞서 언급하신 "상대를 철저히 부정하는 성향"을 학내 페미니스트 분들에게서도 많이 느껴온 저로써는...조금 걱정스럽기는 합니다.
솔직히 글쓴이님의 글은 저와는 서로 다른 측면에서 같은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다른 의견은 보기 싫다'라고 말하는 극단주의에 대해서 어느 진영에 소속된 이들이든지 끊임없이 반성하고 성찰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며, "이대남 마이너리티"나 "총여학생회 폐지론자"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당연히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비평 감사드립니다.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사실 제가 이 글이나 반박글에서 학내 페미니즘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이유는 글의 주제가 학내 페미니즘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대남이라는 어쩔 수 없는 맥락 때문에 이대남이라는 집단에 좀 더 호의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야 존재하겠지만, 저의 기본 입장은 이대남 마이너리티나 레디컬 페미니즘 둘 다 비슷하게 도덕적/정치적으로 비판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가 서있는 곳부터 바꿔보자"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저 역시 이대남들이 주류인 커뮤니티나 친구들 사이에서는 반골입니다. 대화 상대가 친구 이대남이었다면 오히려 "페미니스트들이 왜 저렇게까지 하고 있을까?"를 설명했겠죠. 여기에서는 아무래도 페미니스트 분들을 맞상대하다 보니 페미니즘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저는 이 공론장에서 페미니스트 분들께 기존 페미니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제가 할 수 있는 곳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속 집단이나 입지가 다를지라도 결국에는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관계이니까요.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다만 저는 공론장에서 "서로의 소속 집단부터 신경쓰자"라는 태도를 보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만약 "남자/여자는 레디컬페미니즘/이대남마이너리티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 함부러 의견을 제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시면, 이것은 보다 건설적인 비판을 가로막을 수도 있습니다. 집단 내부자의 비판만큼이나 외부자의 비판 역시 중요하니까요. 물론 그 과정에서 존중을 잃지 말아야겠죠. 제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쉽게 떠든다"고 오해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보였다면 제 책임입니다. 다만 상대 진영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하려는 태도는 계속 가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불편하시더라도, 제가 다는 반박 댓글에 대해서 "참고할만한 외부자의 견해" 정도로라도 받아들이고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권 옹호적/중립적 이대남"의 생각이 어떠한지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으시더라도 페미니스트로서 정치적 선택과 전략을 정하실 때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판은 언제나 감사하게 받아들입니다. 어차피 저는 비판 받을 것은 미리 예상하고, 논의를 확장하면서 저 스스로도 배움을 얻고 싶어서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서요.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절차적 정당성에 의거해 부당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에 동의하고, 저 역시 최근의 변화는 염려스럽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응은 전략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여전히 제 생각입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정치적 전략도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부 결속도 중요하지만, 뜻하시는 바를 관철하기 위해서 집단 외부의 아군을 포섭해 원하는 정치적 결과를 달성하는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투표에서 폐지에 찬성한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소수자 보호의 옹호자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들을 단순히 억압자로 규탄하기보다는 어떻게 포섭할지 고민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색안경
크게 힘이 되고 싶지만, 미약한 글 밖에 남길 수 없어 죄송합니다. 학생사회의 공론장(특히 에브리타임)의 역할 미비로 벌어지는 문제들은 한국사회가 제대로된 공론장을 잃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시금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대학다닐때 수많은 패배와 멸시를 경험했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변했던 기억을 희망의 징표로 삼아 견뎌냈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 중 가장 어둡고 추울때가 해가 뜨기 직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부디 힘내시길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덧.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문제는 기존 대학 동아리 관리체계에 맞춰볼때 다양한 생각들이 모여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별도의 글로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지길 바랍니다(아무도 안쓴다면 저라도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