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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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9
이야기가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아서 프랭크(Arthur Frank)의 책 'Letting Stories Breathe'에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속 등장인물 마드모아젤 부리엔느(Madmoiselle Bourienne)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이 읽거나 들은 이야기를 따른다고 주장하는 프랭크는 부리엔느가 인생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된 원인을 그가 과거에 들었던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물론 '전쟁과 평화'는 픽션이고 프랭크는 설명을 위해 톨스토이의 작품을 사용했을 뿐이지만, 사람들은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이 모르는 선택지를 고를 수 없다는 점에서 부리엔느의 예는 적절하다.

영화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를 보면 한 사설탐정이 자신이 수사관이던 시절에 배운 교훈을 이야기하면서 "젊은 여성이 물에 빠져 숨졌다면 혹시 임신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보라(When a girl drowns herself, find out if that girl is pregnant)"라고 배웠다는 말을 한다. 영화의 배경이 20세기 중반이고, 나이 든 탐정의 말이지만 우리는 그런 일이 드물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전통적인 작은 마을에 살던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임신했을 때 이를 중지할 방법이 없어 낳아야 한다면 그에게는 어떤 옵션이 있을까?

그 여성은 자라면서 그런 처지에 놓인 여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실제 일어난 일일 수도 있고, 그 문화에서 지어낸 교훈형 동화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화홍련전(薔花紅蓮傳)에서 언니인 장화는 살해당하는데, 범죄를 숨기려는 범인이 만들어낸 얘기가 '임신과 낙태'다: "큰 쥐를 잡아 털을 뽑아서 장화의 이불 속에 넣었다가 꺼내어 좌수에게 보여 장화가 부정을 저질러 낙태하였다고 속이고, 아들 장쇠를 시켜 못에 빠뜨려 죽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미지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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