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은 흑인음악인가?
크게 돈벌이가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출간을 결정한 출판사 대표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책 제목에 관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염치를 무릅쓰고 책 소개를 하기로 합니다. 책의 원제는 <Soul in Seoul>입니다. 저자 Crystal S. Anderson 은 흑인음악 소울과 한국의 수도 서울(Seoul)의 음가가 같다는 데 착안해, “케이팝은 흑인음악의 한 갈래다”라는 주장을 펼치기에 적합한 제목이라고 여긴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번역서 제목을 <쏘울 인 서울>로 할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옮긴이(심두보, Wonjung Min, 정수경)와 눌민출판사 Sung Won Chung 대표가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 <케이팝이 흑인음악이라고?> <케이팝은 흑인음악인가?>등 설의법(設疑法)을 활용한 몇 가지 가제목이 등장했고, 결국 종지형(終止形) 제목이 독자들에게 더 강렬한 인상을 줄 것이라는 Sung Won Chung 대표의 의견을 받아들여 <케이팝은 흑인음악이다>로 결정했습니다.
책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자는 아이돌 음악만을, 혹은 제작사에 의해 기획된 음악만을 케이팝으로 바라보는 일부의 시각과 달리, 케이팝을 여러 장르를 포괄하는 ‘우산’으로 정의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한국 음악이 케이팝인 것은 아닙니다. 1990년대에 등장했으며, 세계화의 기치 아래 다양한 장르와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그 과정에서 혼종성이라는 특질을 갖추게 된 한국 음악의 큰 흐름을 케이팝으로 정의합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실제로 케이팝은 수많은 외국 음악문화와 장르의 영향을 받았지요.(사실, 타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성립한 민족음악이 가능할까요?)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그중 가장 큰 영향은 미국 흑인음악으로부터 왔다고 합니다. 물론 “케이팝은 흑인음악이다!”라고 단정 짓는 태도는 논쟁적이지만, 케이팝이 흑인음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는 점, 아시아 대중음악 중 가장 ‘흑인음악스럽다’는 점은 신현준선생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