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체르노빌인가 | <체르노빌> (강남규)

토론의 즐거움
토론의 즐거움 · '즐거운 토론'을 지향합니다.
2023/02/02
필자 : 강남규 (『지금은 없는 시민』 저자, 토론의 즐거움 멤버)

2019년에 공개된 드라마 <체르노빌>은 그해 최고의 드라마였다. 당연하지만 체르노빌 사건을 다뤘다. 시점은 사건 발생 10시간 전부터 수개월 후 관련인 재판까지. 다루는 시점은 이런데 선형적으로 구성하지는 않았다. 오프닝은 사건 종결 이후의 시점인 듯하고, 곧장 사건 발생 직후로 시작해서 4화까지 선형적으로 흐른다. 그리고 5화에서 발생 10시간 전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즉 1~4화는 체르노빌 사건 직후의 혼란과 수습을 다루고 있고, 5화에서는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가를 다룬다. 납득할 만한 구성이다.

영상과 음향이 정말 압도적이다. 말 그대로 시청자를 압도한다. 체르노빌이 만든 혼란과 그 이후의 폐허를 정말 디스토피아 그 자체로 비춘다. 아래 이미지는 그 중 하나. 대체로 잿빛과 모랫빛의 영상으로 꾸며지고, 가끔 등장하는 모스크바만이 다채로운 빛을 보인다. 날카롭게 귀를 찢는 배경음악이 주를 이룬다. 종종 뭔가 사람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음악들도 깔린다. 거의 모든 장치들이 절망과 혼란을 표현한다. 그러면서도 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물론 체르노빌 사태가 가장 과하기 때문이다.
출처 : <체르노빌>에서
오늘날 체르노빌 사건을 다룬다면 대강 두 가지 이야기가 가능하다. 첫째는 탈핵 정책의 프로파간다, 둘째는 체르노빌 사고를 만든 인재(人災)의 현재성. 이 중 드라마는 두 번째 주제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다. 첫 번째는? 노골적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원자력 발전이 이렇게 위험한 것이니 우리는 탈핵을 이뤄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구태여 전하지 않는다. 다만 영상과 음향으로 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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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규(<지금은 없는 시민> 저자), 박권일(<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신혜림(씨리얼 PD), 이재훈(한겨레신문사 기자), 장혜영(국회의원), 정주식(전 직썰 편집장)이 모여 만든 토론 모임입니다. 협업으로서의 토론을 지향합니다. 칼럼도 씁니다. 온갖 얘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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