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동아시아'란 무엇인가 - '동아시아 담론'의 허와 실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7/10
동아시아 지역. 출처-구글맵 캡쳐

1. 창비 진영의 '동아시아 담론'은 성공적이었나

윤여일의 <동아시아 담론>은  한국에서 동아시아 담론의 형성에 있어 ‘창비’의 전망이 깊게 개입돼 있다고 분석한 내용이 특히 흥미롭다. 나 역시 ‘창비’가 한국 동아시아 담론의 방향을 설정하고 선도했다는 사실을 2000년대 중반까지 계간지 구독 경험을 통해 잘 기억하고 있다. 백낙청과 최원식, 백영서를 필두로 내세운 동아시아 담론 특집은 ‘창비’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아마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동아시아 담론은 ‘창비’의 세계인식과 전망이 교차하는 새로운 토대이자 기반이었던 것 같다. ‘창비’가 오래도록 견지해온 ‘민족성’과 새롭게 발견하려는 ‘세계성’이 동아시아 담론을 기반으로 행복하게 연결될 수 있었던 셈이다.
윤여일, <동아시아 담론>
‘창비’가 내세우는 대안체제이자 문화정체성론의 근거이기도 했던 '동아시아 담론'은 2000년대 들어서도 쉽게 손절할 수 없었던 백낙청 '분단체제론'의 확장 버전이자 그 변형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창비’의 동아시아 담론이 한반도평화체제 건설에 필수적인 자국학인 동시에, (탈)민족주의의 지향에도 공명하는 지식 한류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특수한 보편’으로서 동아시아가 발견되고 호명된 것이다.
 
‘창비’의 동아시아 담론은 ‘미래의 중국’을 겨냥하고, ‘과거의 일본’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구축되어 있다. 일종의 경제 역학으로서 아시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식민지 과거 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제의 해결도 소홀하지 않겠다는 자세이다. 이는 동북아중심의 신질서를 구상하는 이 시기의 정부 정책들과도 충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좌파 진영 연합이 오래도록 추구해온 역사적 노력을 배반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략은 '실...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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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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