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드라마 <남과 북> : 합리와 윤리가 충돌하는 노동 현장

2023/06/27
어렸을 때부터 『오만과 편견』을 좋아했다. 다아시는 오만했고, 엘리자베스를 편견 있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엘리자베스 또한 다아시를 편견 있는 눈으로 바라보았고, 자신의 생각에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는 오만한 구석이 있었다. 이들이 스스로의 오만과 편견을 깨닫고, 상대방을 알아가면서 은근히 지지하고 옹호하는 모습, 그리고 마음이 깊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서사는 잔잔하고도 강렬하다. 이렇게 『오만과 편견』에 열광하는 나를 위해 동생이 드라마 한 편을 추천해주었다. 바로, 「남과 북North and South」이다.

19세기 영국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겔(Elizabeth Gaskell)의 소설을 BBC에서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제목대로면 '북과 남'일 텐데, 우리는 북한과의 사이 때문인지 '남과 북'이라는 순서에 익숙해서 '남과 북'으로 번역된 듯하다. 총 네 편의 회화로 구성되어 있어서 긴 드라마보단 영화의 짧은 호흡을 좋아하는 내게 알맞았다. 하지만 감상 후에는 더 보고 싶은 아쉬움에 딱 두 화 분량의 이야기가 더 있었으면 했다. 특히 존 손튼이 마음을 고백하기 전까지 손튼의 감정변화를 좀 더 오랫동안 살펴보고 싶었다. 물론, 짧은 구성 안에서도 인물의 서사뿐만 아니라 시대적 배경, 다양한 갈등상황 등 다채롭게 담아내었다. 인물의 손끝, 몸짓, 표정 하나하나 클로즈업하여 감정의 흐름을 최대한 잘 보여준 덕분에 훨씬 손튼과 마가렛의 관계을 긴장감 있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걸 좀 더 긴밀하게 들여다보고 싶을 뿐.


개스겔의 오만과 편견

「남과 북」은 「오만과 편견」과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일단 남자의 경제적 혹은 사회적 지위가 여자보다 높다는 점이 그렇다. 손튼은 밀튼의 손꼽히는 사업가고 마가렛은 전 성직자의 딸일 뿐이다. 그리고 둘 사이의 오만과 편견이 팽팽하다. 우선 마가렛이 두꺼운 색안경을 끼고 손튼을 바라본다. 손튼의 첫인상은 자본을 위해 사람을 중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다. 북부의 공업도시 밀튼의 첫인상과도 비슷하다. 노동자에게 폭력을 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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