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팬데믹이 발생한다면, 의료주권은 어디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4/01/20

  • 알랭 가리구 | 파리낭테르 대학 명예교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발생 초기부터 많은 정치적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위급상황에 덮여있던 문제가 더욱 커져 최근 불거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 방역관리와 관련해 어떤 사태가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일단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불편한 사실들이 많다. 그런 만큼, 더 늦기 전에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만 한다. 현재 상황이 심각한 만큼, 오류에 대한 두려움, 불완전에 대한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과거 엄격함으로 명성이 높았던 한 정치인(피에르 망데스 프랑스 전 총리)의 말처럼 “통치는 곧 예견하는 일”이라면, 현 정치는 기능저하 상태다. 1980년대 발생한 감염병인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서부터 시작해 광우병,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조류독감 등 각종 보건위기를 계속 겪으며,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1918~1920년 스페인 독감과 유사한 대규모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확언했다. 이것은 소수의 전문가들이 저희들끼리만 쉬쉬 하는 은밀한 비밀이 결코 아니었다. 전 세계 기자단 앞에서 발표된 신빙성 있는 가설이었다. 필자도 두 눈으로 현장을 똑똑히 목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2019년 말 발병했고, 제법 신속하게 팬데믹으로 공표됐다. 하지만 ‘충분히’ 신속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처음에 전 세계, 특히 각국의 정부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넋이 나간 듯했다. 어떤 정책을 취할지 우왕좌왕한 것도 당연하게 보였다. 어떤 정부는 ‘집단면역’을 통한 ‘자연적인 조절’ 현상을 기대했다. 반면 대다수의 정부는 금세 집단면역을 포기하고 적극적으로 백신접종 전략에 뛰어들었다. 백신의 개발과 생산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자, 각국은 백신전략에 대한 확신을 더욱 굳힐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치인들 역시 보건 분야에서 ‘방임’이 얼마나 위험한지 금세 깨달았다. 수천 년에 걸쳐 국민은 국가가 그들의 삶을 보호할 것을 항상 원했다.
따라서, ‘국민의 죽음을 방기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정치적 후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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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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