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담일지 : 당신은 나의 구원자인가요

지안
지안 · 매일 쓰고 싶은 사람
2023/02/20
2022 트랜스젠더 추모의 밤 게시판
살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건너오며 여러 조력자들을 만났다. 자신에게조차 말 걸기 어려운 것들을 전문가의 이름으로 귀가 되고 손이 되어 준 인생의 조력자들에 대해 쓰려고 한다. 앞으로 6번에 나누어 그들을 다시 만나 글이 할 수 있는 것을 나누고 싶다. 
   
   

상담이라는 여행

   
 15시간 째 누워 있다. 머리 맡에 둔 빵 조각을 우물거리고 겨우 몸을 일으켜 물을 한 잔 마신다. 옷 무덤에서 외투를 골라낼 기운이 없어, 남동생 방에 가서 점퍼를 빌려 입는다. 하루 2갑씩 피워 대는 담배 때문에 동생의 옷에서는 담배 냄새가 난다. 동생이 섬유 탈취제를 뿌리더니 킁킁대고는 괜찮다며 점퍼를 건넨다. 

 몸에서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그것이 바람에 좀 날아가지는 않을지 부질없이 바라며 A 골목 언덕을 오른다. 이불 속에서 하릴없이 핸드폰을 쥐고 있다가 포털 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걸린 글을 통해 이 곳을 발견했다. 이 곳은 카페병원이다.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을 낮추자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곳. 1층은 카페 2층은 내과와 정신건강의학과다. 직원의 안내대로 조합원 가입을 마치고 여권 모양의 조합원 수첩을 받았다. 사람을 얼마 만에 만나는 것인지, 병원 직원이니 경계를 풀어도 좋으련만 나는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내가 떨고 있는지 아닌지를 감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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