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차순 어머니의 명복을 빌며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4/04/17
정차순 어머니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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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을 보면서 눈물 같은 거 흘리지 않으리라 다짐했었습니다. 아무리 침을 튀기며 생생하게 얘기해 본들 이미 30년도 더 전에 흘러간 옛 얘기일 뿐이고, 우리 젊은 시절 지겹게 듣던 “6.25 때 말이다.”를 “80년대에 말이야.”로 변주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되뇐 것이 이미 오래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다짐은 박종철 학생의 죽음 이후 부산에서 올라온 고인의 부모 장면에서 그만 눈녹듯 스러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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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배우가 박종철 학생의 어머니 역을 맡으셨지요. 역시 귀에 익은 사투리로 “철이 아부지”를 연신 되뇌다가 자식의 시신 앞에서 무너지며 절규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체면도 뭣도 없이 그냥 눈물을 질질 흘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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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1987>
그 해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숨져간 한 어머니의 착한 아들, 박종철은 글자 그대로 한국 현대사의 물꼬이자 불구멍이었습니다. 그 이름으로 시작된 역사 아래에서, 즉 6월항쟁과 그 뒤를 이은 6공화국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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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큰 스트레스라면 자식을 앞세우는 부모의 그것이 아닐까 합니다. 내세에 원수의 자식으로 태어나 갖은 효도를 다하고 곰살맞게 굴다가 가장 행복한 순간에 처참하게 죽음으로써 원수를 갚는 전설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내세고 전생이고는 중요하지 않고, 그 복수가 이뤄진다면 그 이상의 복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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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고통스럽겠습니까. 혀를 깨물어도 아픈줄 모를 겁니다. 더구나 80년대 초반 어려운 형편에 버젓한 서울대생으로 ‘가문의 영광’이었을 뿐 아니라 어머니의 입버릇처럼 ‘착한 아’로 자라난 아들의 목덜미에 짐승같은 놈들의 송곳니에 꽂혀 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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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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