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부터 팔 것인가 1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4/05/01


처분할 물건들이 확실해졌다면 그중에서 무엇부터 팔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날을 잡고 대여섯 개를 한꺼번에 다 올릴 경우에는 불필요한 일이지만, 사실 판매글을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로 작성하자면 세 개 정도만 돼도 제법 진이 빠진다. 구매자가 걱정 없이 살 만한 판매 게시물을 작성하자면 잘 찍은 사진이 많게는 10장까지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의류는 사이즈까지 측정해야 해서 더욱 오래 걸린다. 따라서 여기선 몇 주에 걸쳐 물건을 시간 날 때 하나씩 올리는 것을 더 보편적인 경우로 간주하자.

처분할 물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을 나는 세 가지로 본다. 

1. 부피
물건을 정리해서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면 부피를 기준으로 급한 것을 정해야 한다. 특히 옷장이나 신발장, 책장처럼 보관 장소가 한정적인 물건은 공간이 넘치기 전에 빠르게 처분하는 습관을 들이거나 새 물건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스트레스를 적게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보통 수납 공간의 80퍼센트를 상한으로 두라고 하는데, 무리한 요구 같아도 실제로 공간을 좀 남겨둬야 보기에도 답답하지 않고 뒤적이거나 배치 정리를 다시 하기에도 수월하다. 특히 책장은 일반적으로 시선이 자주 머무는 생활 공간을 잠식하는 수납 공간이기 때문에, 중간중간을 비워놔야 그 공간까지 트여 있는 생활 공간의 넓이로 인식해서 답답함을 덜 느낄 수 있다. 믿기 어렵다면 책장에서 눈높이의 칸 중에 가로세로 30센티미터만이라도 잠깐 치워보길 바란다. 다시 채우기가 싫어질 것이다.

이런 식으로 비교를 통한 동기 부여를 하면서까지 물건을 줄여야만 하는 것은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몇 주 이상 계속 본 물건은 어지간히 걸리적거리지 않는 이상 익숙한 광경으로 여기게 된다. 그런 점에서 옷이나 책처럼 하나씩 점점 늘어나는 물건들도 상당히 위험하다. 인식의 틈을 파고들어 알게 모르게 방대한 공간을 삭제하는 탓이다. 처리할 갯수가 많아서 다루기 번거롭다는 점은 큰 물건보다 더 위험하다고도 할 수 있다. 결국 물건이 크든 작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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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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