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세계를 가보다 - 『레디 플레이어 원』과 『블레이드 러너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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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문화비평
2023/11/17
『레디 플레이어 원』

꿈꾸는 세계를 가보다 - 『레디 플레이어 원』과 『블레이드 러너 2049』

『레디 플레이어 원』과 마찬가지로,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이미지 바깥의 진짜 세계를 봐야 한다면서 이미지가 벗겨져 나간 세계를 가능한 스펙터클하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 이미지가 결핍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미지가 보여주는 것은 꿈을 잃은 세계, 더 정확히 말해 새로운 꿈을 꾸는 능력을 상실한 세계다. 한때 유토피아적 이상을 표상했던, 그러나 지금은 그 의미의 공백만을 보여주는 구 동구권의 콘크리트 건물들이 영화 속 도시 풍경을 제공한다.

그 속에서, 한때 인간이 가보지 못한 우주의 최전선을 경험하고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꿈꾸며 빛나는 도시로 잠입했던 리플리컨트들의 다음 세대는 꿈꾸는 능력을 제거당하고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는 오래된 꿈의 잔상에 매달린다. 케이는 “껍데기”라는 조롱을 받으면서 인공지능 홀로그램 조이와 함께 유사 가족을 이루고 있다. 또는 아름답고 다정한 가정의 수호자로서 여성의 이미지가 빌트인 시스템으로 제공되는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는 밤이 없는 도시가 아니라 어둠 속의 등불 같은 집을 원하지만, 진짜 가족이 있는 진짜 인간에 대한 선망을 버리지 못해서 결국 허상 같은 삶마저 잃어버린다. 또는 이렇게 말하자. 그는 자기 삶을 대가로 지불하고 잠시나마 자기 것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꿈을 구한다. 

집과 도시와 인간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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