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이자 전선, 학교

정지우
정지우 인증된 계정 ·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2023/07/23
누구도 서로의 삶을 책임져주지 않는 시대, 학교는 사실상 마지막으로 '타인'인 아이들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공간이 되었다. 학교마저 없다면, 이 사회는 거의 반드시 붕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었다. 맞벌이 부부들은 가족도, 친척도, 이웃에도 의지할 수 없는 시대에, 최후로 학교만을 믿은 채 일터로 나간다. 학교는 교육을 넘어 보육 공간이 되었고, 우리 사회 시스템의 빈틈을 메우는 최후의 전선 같은 것이 되었다. 

아이들은 가정이나 성장과정에서의 온갖 심리적 문제를 안고 학교에 모인다. 과거에는 집단적으로 훈육되며 동일한 규율에 복종하는 군대식 현장이 학교였다면, 이제 학교는 시대 변화에 따라 개개인들의 심리적 상처와 진로 고민, 인생에서의 성장 등 일대일 종합 케어 서비스를 요구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 모든 걸 감당하는 건 '담임 선생'이라는 존재 하나인데, 사실상 우리 사회의 공백을 교사 한 명한테 다 해결하라고 던져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교육부는 거의 끊임없이 교사들에게 새로운 규율만을 강조하는 공문을 보낼 뿐, 실질적으로 교사들이 대하고 있는 현장을 확실하게 지원해주는 보급 부대로서의 역할을 거의 못하고 있다. 대신 교사들에게 점점 더 많은 책임만 떠안기면서 수많은 행정 업무까지 처리하게 하고 있어, 우리 나라 교사들의 행정 업무 시간은 OECD 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교사가 그 모든 걸 감당하고 있다가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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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acebook.com/writerjiwoo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등의 책을 썼습니다. 현재는 변호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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