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선
박지선 · 페미니스트. 캣맘. 탈가정 청년
2023/07/04
제목: 살아남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사망한 사람들의 고요

2014년 9월 어느 날, 가방 두 개를 앞뒤로 메고 무작정 집을 나왔습니다.
그것이 저의 첫 독립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림: 본인. 제목: 바쁘다 바뻐~ 재료: 종이에 오일파스텔. 2021. 04. 14.

제목: 살아남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사망한 사람들의 고요

글쓴이: 박지선
기록일: 2023. 07. 04. 화.


# 00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동이 타자의 폭력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때, 사회적으로 #00아,지켜주지못해서미안해 라는 해시태그 물결이 일어나곤 한다. 하지만 난 거기에 동참하지 않는다. 해당 해시태그에 동참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만약, 그 00이가 사망에 이르지 아니하고 살아 남아 이후에 ’시민으로서‘ 자신이 경험을 적극적으로 발화하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정책을 마련하라 요구하는 존재가 된다면??

  사람들은 폭력 사건의 결과로 사망에 이르게 된 자에 대해서는 ’동정‘을 보내지만, 살아남아 자신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발화하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정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자에 대해서는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뭐, 가령 이런 것이 있겠다. 
남성 파트너의 폭력에 의해 사망한 여성에 대해서는 ‘동정’을 보내지만, 죽지 않고 살아남아 가해자의 행위 멈추기 위해 공권력에 접근하고,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가깝게는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그 사람은 ‘불쌍한 사람’ 이 아니라, “여편네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남편한테 뚜드려 맞은 이야기나 하고 다닌다. 지 얼굴에 침 뱉기다, 여자가 맞을 만한 짓을 했으니까 남편이 때리겠지,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인데 여자가 얼마나 매력이 없으면 남편이 그렇게까지 하겠느냐.” 라는 시선을 받는다. 
  이웃집에서 한 아동이 거의 매일 양육자로부터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받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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