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막말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4/12/13
이번 주 퇴근 후엔 영화 3개를 봤습니다. <1987>(723만 명), <남산의 부장들>(475만 명), <서울의 봄>(1,312만 명). OTT에서 사람들이 하도 많이 찾아보니, 'TOP10에 오른 알고리즘 탓'이었다고 변명하겠습니다. 이 3개 영화의 평균 관객 수는 834만 명입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봤다는 뜻일 텐데요. 우리는 왜, 지금 이 영화들에 '열광'할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때와 지금이 겹쳐지는 기시감 때문일 수도, 당시를 다시 공부하기 위한 역사적 책임감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론 부족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자연스럽게 영화별 명대사를 떠올렸습니다.
연희(김태리) : 데모하러 가요?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그날 같은 거 안 와요. 꿈꾸지 말고 정신 차리세요. (영화 <1987> 中) 김규평(이병헌): 사람은 인격이라는 게 있고, 국가는 국격이라는 게 있어. 여기 청와대야. 인격과 국격이 어우러지는 곳이야. 탱크 한 번만 더 돌면, 탱크로 경호실부터 뭉개버릴 줄 알아. ...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이딴 버러지 같은 새끼를 옆에 두고 정치를 하시니까! 나라가 이 모양 이 꼴 아닙니까? 각하!! 이제 그만하시고, 하야하십시오.(영화 <남산의 부장들> 中)
이태신(정우성): 야, 이 뇌가 썩어 빠져 문드러진 인간아. 니들이 나라 걱정을 해서 군사반란질을 하고 쳐자빠졌어? 니들 거기서 꼼짝 말고 그대로 있어. 내가 탱크 몰고 밀고 들어가서 니들 대가리를 뭉개버릴 테니까.(영화 <서울의 봄> 中)
일종의 카타르시스(배설)랄까요. '내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하는 말'들을 영화가 대신 말해줍니다. 그러니까 이건 '최종적인 양심'입니다. 차마 마음속 찔림을 외면하지 않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