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하는 마음

ESC
ESC 인증된 계정 ·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2023/01/06
 
@ ESC 숲사이(soopsci.com)
젊었을 때 물리학을 공부한다고 하지 않고, “물리를 한다”고 얘기하고는 했어요. 인사 나누고 친구 먹기로 한 사람이 물리학과에 다닌다고 하면, “아, 너도 물리 하는구나!” 하면서 반가웠죠. 그때도 이 표현이 참 재밌었어요. 물리가 명사가 아니라 마치 동사처럼 쓰이는 것 같았거든요. 물리학보다는 물리라는 두 글자 단어를 더 좋아했어요. 물리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이미 완성된 물리학이라는 대상이 있고 그 안에 담긴 지식을 공부한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물리를 한다고 하면 사물의 이치(物理)를 계속 고민하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길 위에 서 있다는 어감이었죠. 물리하는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마찬가지로 과학도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서 더 제격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특정 유형의 지식에 붙여진 이름이 과학이 아니라, 과학은 지식에 닿기 위한 길이자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지요. ESC가 과학기술자가 아니라 과학기술인의 모임이라고 우리가 말하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직업이 무엇인지, 전공으로 어떤 것을 공부했는지에 무관하게, 과학적인 사고의 방식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ESC 회원들입니다. 우리는 과학하는 사람들입니다.

과학하기에는 어떤 특성이 있는지, 이참에 한번 생각해봤어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저는 물리학을, 그중에서도 통계물리학이라는 이론분야를 전공해서, 제가 보는 과학이 다른 사람들이 보는 과학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이라는 독특한 ‘하기’가 다른 ‘하기’와 무엇이 다른지, 우리 함께 생각해보기로 해요. 

과학하기는 논리적 추론과 검증의 과정입니다.
가정으로부터 출발해서 논리적인 과정을 이어가서 결론을 얻죠. 뉴턴의 운동법칙과 중력법칙의 가정으로부터 시작해서 논리적인 과정을 거쳐서 태양계 행성의 운동을 정량적으로 설명하는 것처럼 말이죠. 과학이 얻은 결과는 항상 자연이라는 법정에서 심판을 받는다는 것도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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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 시민단체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는 과학적 사고와 합리성이 한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및 문화 활동을 전개하고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동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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