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지는 몸과 근대 자본주의의 시간 - 김초엽 <캐빈 방정식>
김초엽의 소설 「케빈 방정식」은 인간의 신체와 의식이 자본주의적 시간 개념과 어떤 연결성을 맺고 있는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룬다. 소설은 주위와 분리된 하나의 작은 시공간을 형성하는 국지적 시간 거품에 관한 연구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여성 물리학자 유현화가 사고로 장애를 얻게 된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화는 사고로 뇌에서 시간을 인지하는 회로에 문제가 생겨 한 시간, 혹은 십 분을 끝없이 늘려놓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이 십 분이면 할 일을 현화는 일주일이나 걸려서야 간신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선 중요한 것은 시간 거품은 과학의 대상이면서 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이라는 가정이다. 동생 현지는 언니의 병명을 듣고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분배된 유일한 자원이라고 한다. 어쩌면 언니도 그 격언의 열렬한 신봉자였을지 모른다. 우리가 보는 것이 같은 빨간색일까 묻는 사람들은 있어도 우리가 느끼는 일 초가 같은 일 초일까 묻는 이들은 없다. 그러나 사실 시간은 객관적이지도 공평하지도 않다. 시간은 인간의 뇌를 통해 해석된다. 어떤 사람의 하루는 어떤 사람의 반나절처럼 흘러간다. 똑딱, 초침이 넘어갈 때 방안의 사람들이 같은 일 초를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두 다른 내적 시계로 셈을 하고 있다.
시간에는 측정 가능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