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사 반대가 잔인한 이유

안도현
안도현 · 제주대학교 교수(PhD 미디어심리학)
2024/03/10
조력사는 말 그대로 도움을 받아 죽는 것이다. 죽음에 도움이 필요한 이유는 해결가능성없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대부분에게 스스로 존엄한 죽음을 실행할 상황이 안되기 때문이다. 

죽음은 사회적 행위다. 나 혼자 죽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가족 등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겪게 될 일도 있다. 죽음은 한 개인의 생명이 종료되는 것일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마무리이기도 하다. 조력사 제도는 단지 생명의 존엄한 종료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필요하다.

조력사제도는 국민의 대다수가 지지하고 있다. 2022년 조역존엄사법안이 발의됐을 때 한국리서치가 2022년 7월1일부터 4일 사이 전국 18세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력존엄사에 대한 여론을 조사했다. 82%가 찬성했다. 법안 발의 전 조사에서도 대다수(76.4%)가 조력자에 찬성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윤영호 교수 연구팀은 2021년 3월과 4월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력자살 법제화에 대한 태도에 대해 조사했다. 두 조사 모두 용어의 유화법에 따른 편향을 제거하기 위해 설문 문항에 “의사조력자살”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국민 대다수가 찬성함에도 불구하고 조력사제도를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향력 있는 소수(예:의사협회, 종교계)의 반대 때문이다. 반대 논리의 근저에는 생명경시 확산의 우려가 있다. 인간이 능동적인 조치를 위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조치를 일단 제도화하면, 그 실행 대상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다. 

이 우려는 현실을 무시하는 책상머리들의 이기적인 공상일 뿐이다. 한국 사회에는 사형제도가 있다. 매우 능동적으로 생명으로 종식하는 행위다. 의사협회나 종교계의 논리라면, 사형제도의 실행대상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현실은 그 반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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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행동, 생각, 느낌을 미디어이용과 건강맥락에서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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