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가 바꿔 놓은 미국의 풍경
2023/05/25
얼마 전 한국에 있는 친구와 일 때문에 통화할 일이 있었다. 그냥 전화로 목소리만 들어도 되긴 했지만, 친구 얼굴 본 지도 오래돼서 서로 얼굴 보고 안부도 나눌 겸 화상통화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화면 속 친구의 얼굴이 낯빛도 어둡고 좀 안 좋아 보였다. 처음엔 아침이라 잠이 덜 깨서 그런 줄 알았다. (통화한 시간대가 내가 사는 뉴욕은 저녁, 친구가 있는 서울은 아침이었다.)
알고 보니, 친구는 진짜로 아팠다. 독감에 걸렸다는 거다. ‘봄에도 독감이 유행하나보네…’ 생각하다가 자연스럽게 이 말이 튀어나왔다.
알고 보니, 친구는 진짜로 아팠다. 독감에 걸렸다는 거다. ‘봄에도 독감이 유행하나보네…’ 생각하다가 자연스럽게 이 말이 튀어나왔다.
“그럼, 요즘은 출근 안 하고 집에서 일하겠네?”
아픈데 회사에 가봤자 뭐하겠나. 병가 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독감은 한 일주일 갈 테니, 재택근무하겠지? 당연히 이렇게 생각했다. 친구는 내 말에 가벼운 콧방귀를 뀌며 이렇게 말했다.
“풉, 아이고 이거 미국 오래 살더니, 여기가 어떤지 감을 잃으셨구만? 한국에서 재택근무가 될 것 같니? 택도 없단다!”
아니, 그럼 아픈 몸 이끌고 굳이 사무실에 나오라고 한단 말인가? 독감 때문에 머리 띵하면 어차피 일은 손에 잡히지도 않을 텐데… 게다가 회사가 집앞에 있는 것도 아니고,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한테 바이러스 옮기는 건 어떡하나? 친구가 하는 일은 꼭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즉 집이든 커피숍이든 공유 오피스든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이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렇다.)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도 아픈 사람 억지로 사무실 나오게 해봤자, 생산성도 안 나올 테고 누구도 좋을 게 없는데, 잘 이해가 안 된다.
물론 한국 회사 문화를 비롯해 재택근무를 도입하기 어려운 여건과 환경을 내가 아주 모르는 건 아니다. 그렇더라도 친구가 꼬집어준 대로 나도 이제 미국 물을 꽤나 먹어서 그런지 미국의 상황과 자연히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한국에서 재택근무는 코로나19 초기 어쩔 수 없이 잠깐 도입됐다가 이내 사라진 일장춘몽이지만, 미국에서는 팬데믹을 거치며 ...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미국을 알아가는 시간" 팟캐스트/유튜브 아메리카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