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표 드라마가 국제 분쟁을 다루는 방식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11/28
영화와 드라마, 소설 등 인간이 만든 콘텐츠는 시대를 반영한다. 작가 자신이 시대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때문이고, 창작자란 존재 자체가 개인으로 세상을 살아가며 그 접점에서 만난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때로 어떤 작가는 개인적 깨달음을 넘어 정치와 사회, 국제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상징과 은유를 작품 안에 녹여내기도 한다. 모두가 오락영화라 생각했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가 제압하려 들면 들수록 번성하는 조커와 악의 세력을 내세워 당대 미국과 중동의 테러집단을 겨냥한 것 또한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영국인인 놀란이 당대 미국이 빚어가던 국제적 문제를 영화의 상징으로 다루었듯이, 영국이 낳은 세계적 드라마 <닥터 후> 또한 국제문제를 반영한 이야기를 제 안에 담아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닥터 후> 뉴 시즌 9이 두 에피소드(에피소드 7, 8)를 할애해 풀어간 자이곤 이야기(자이곤 침공, 자이곤 반전)이 바로 그것이다.
 
▲ 닥터 후 포스터 ⓒ BBC

인간인 척 살아가는 외계인이 있다고?

시간을 다루는 외계종족 타임로드의 마지막 생존자 닥터(피터 카팔디 분)가 지구와 우주의 안녕을 지키는 이야기로 꾸려지는 이 드라마는 이번엔 지구를 전쟁과 파멸의 위기로부터 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극중 지구는 70억에 달하는 인간과 수백만으로 추정되는 외계생명체 자이곤이 공존하는 상태다. 자이곤은 외모를 복제할 수 있는 종족으로, 사람들은 저들 가운데 다른 종족이 섞여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자이곤 또한 제 모습을 드러내려는 의지 없이 인간과 섞여 살아가는데 만족한다. 이들에게도 지구는 고향이며, 인간과 섞여 살아가는 삶이 인생인 것이다.

문제는 자이곤 중 일부가 제 삶과 자유를 되찾겠다고 선언하며 비롯된다. 이들은 인간을 납치해 살해하는 등 테러행위를 자행하다 그 범죄가 커지자 자연스레 인간들에게 그 정체가 탄로 나고 만다. 인간들은 일부 자이곤의 행위를 전체...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376
팔로워 194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