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30
📣[질문받습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입니다
이해할 수 있는 슬픔이 많아졌다
🤔 이태원 참사 이후로 가장 크게 바뀐 가치관의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정도원)
↳💁김초롱의 답변
참사 이후로 저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 졌습니다. 이해할 수 있는 슬픔이 더욱 많아졌고, 이해할 수 있는 깊이가 깊어졌습니다. 너무 슬프면 악다구니를 쓰며 우는 사람도 있지만 너무 슬퍼서 웃어버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고 하면 이해하실까요. 그와 동시에 슬픈데 왜 웃냐고 비난하는 세상도 알아버려서, 슬프면 웃는 사람에게 다가가 끌어안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슬픔의 형태가 이리도 다양하다는 것을 그전에는 몰랐습니다. 세상을 굉장히 납작하게 바라봤던 제가 창피했습니다. 뭘 안다고 그렇게 떠들어 댔을까요. 이제는 많은 말보다 나란히 곁에 있어 줄 수 있고 이해가 깊은 사람으로, 사랑이 많은 인간으로 숨이 다하는 날까지 살고 싶습니다.
🤔 참사를 겪은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어디선가 발생하는 일과 주변에서 일어난 일, 그리고 내게 닥친 일은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 경계를 넘은 경험이,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큰지 궁금합니다. (아매오)
↳💁김초롱의 답변
저는 사랑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이전에는 ‘나만 생각하며 살자’라는 생각이 멋있다고 착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참 멋없습니다. 이제는 오지랖 넓고, 남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 멋있습니다. 남에게 관심이 많아야 다른 사람의 고통에도 쉬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제게 예상하지 못한 일이 닥친 이후, 저는 이해할 수 있는 슬픔의 종류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입장과 감정을 이전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해하고 나니,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더 수월해져서 살아가는데 더욱 좋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언제든 살아가면서 재난이 닥칠 수 있다.’라고 염두에 두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난에 대한 예비 교육이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누구든 살다 보면 재난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런 교육이 조금이라도 되어있다면 재난을 겪고 난 후 스스로를 과하게 불쌍하게 여기거나, 운명을 탓하거나, 갑자기 무너져 버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재난은 특별히 불운한 사람에게만 찾아간다는 이상한 평범주의에 빠져 있는 우리 사회가 반성해야 할 지점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댓글을 보시는 분들께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드라마 같은 재난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런 고통이 찾아오더라도 쉽게 져버리지 마세요. 알고 있으면, 쉬이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