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보다 어려운 계약

정담아
정담아 · 읽고 쓰고 나누고픈 사람
2023/11/06
지난 번에 교과서 밖에서 만난 진짜 어른들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했던 거 기억 나니? 지금까지 해왔던 무수한 이야기가 전부 그런 소리였는데 새삼스럽긴 하지만. 조금 더 명확히 말한다면, 직장 밖에서 만나는 진짜 어른들의 세계라고 할까? 직장이나 학교나 아침마다 가기 싫다는 사실 말고도 공통점이 있더라고. 미우나 고우나 나의 소속을 제공해주어 꽤나 포근한 점이 있다는 것, 그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웬만한 일들은 알아서 처리해준다는 것. 그런데 학교 밖이든, 회사 밖이든 어쨌든 그 밖으로 나오면 혼자 처리해야 하는 귀찮은 일은 참 많더라고. 지난번 '교과서 밖 복잡한 세상, 프리랜서의 세계'에 이어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이미지 출처 unsplash

1. 어려운 세무의 세계

뼛속부터 문과인 나는 어릴 때부터 단 한 번도 이과 관련 꿈을 꿔본 적이 없었어. 숫자가 싫었거든. 숫자보다는 글자가 훨씬 더 좋았어. 오히려 더 정확하고 생각하기도 했지. 1과 2 사이에 놓인 커다란 간극들을 언어로 풀어낼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내가 배운 숫자의 세계는 1과 2 사이가 분절되고 단절되지만 인간의 세상에서 1과 2는 수많은 연결점으로 이어진 한 선 위의 지점일 수도 있고, 유의미한 차이 없는 비슷한 무리일 수도, 양 극단에 서 있는 것처럼 어마어마하게 다른 두 개의 존재일 수도 있으니 말이야. 그 미묘한 설명들이 사라진 말끔한 숫자가 오히려 좀 무서웠어. 맥락이 제거된 존재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우니 말이야. 그만큼 실수도 잦고. 숫자가 의미하는 그 수많은 의미를 난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그런 내게 '세무'란 영역은 필연적으로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을 거야. 숫자로 이야기하는 세계니까. 숫자라면 내 재산을 들여다보는 것도 머리 아픈데, 세금이라니. 어디에 제대로 쓰이는지 알 수 없는 세금을 내는 뜯기는 기분도 싫은데, 그걸 내가 들여다보고 관리까지 해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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