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서평] 고슴도치만 보이는 한국의 경제 관련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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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6

By 홍춘욱



강한 주장만 넘쳐 흐르는 경제 관련서 시장

금융업계에서 주식이나 환율 등 핵심 경제 지표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이른바 ‘이코노미스트’로 20년 넘게 일하다 보니, 참 많은 경제 서적을 읽고는 한다. 최근에 읽은 경제 관련 책만 해도, 클라우디아 골딘의 『커리어 그리고 가정』, 스티븐 핑커의 신작 『지금 다시 계몽』 그리고 제프리 삭스의 『지리 기술 제도』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홍 박사는 한국 사람이 쓴 경제 서적은 잘 읽지 않나 봅니다.”라고 질문하는 이가 있을 것 같다.

사실이다. 내가 보기에 한국 경제서 시장은 여우보다는 고슴도치가 훨씬 더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여우와 고슴도치의 비유는 여론 조사 전문가 네이트 실버의 책 『신호와 소음』에서 처음 접한 것으로 전문가들의 특
성을 분류하는 데 매우 유익하다.


필립 테틀록(Philip E. Tetlock)은 여러 다른 영역의 전문가 의견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걸프전쟁, 일본의 부동산 거품, 퀘벡이 캐나다에서 분리될 가능성 등 1980년대와 1990년대의 거의 모든 주요 사건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소련의 붕괴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예외적인 사건인가? 아니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정치 분석을 할 때 정말로 밥값을 못하는가?

15년도 넘게 걸린 테틀록의 연구 결과는 사회과학계를 엿 먹이는 것이었다. 그가 살펴본 전문가들은 직업이 무엇이든, 경험이 얼마나 오래 쌓였든, 전공 분야가 무엇이든 간에 하나같이 동전을 던져 판단을 내릴 때보다 낫지 않았다.*

* 네이트 실버, 이경식 옮김, 『신호와 소음』(더퀘스트, 2014), 88-89쪽.


테틀록은 이런 식으로 ‘거창한 생각’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반면 별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전문가를 고슴도치로 분류했다. 반면 고슴도치와 달리 예측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소수의 사람들을 ‘여우’로 분류했는데, 이들은 매우 실용주의적이라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가능성이나 확률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는 특성을 지닌다고 한다.*

* 필립 E. 테틀록·댄 가드너, 이경남 옮김, 『슈퍼 예측』(알키, 2017), 112-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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