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도 많은 일본인들이 과로사할 정도로 과노동에 매달렸지만, 1980년대 버블 유토피아의 시대는 '재팬 애스 넘버원(Japan as Number One: Lessons for America: Vogel, Ezra)'이라는 책이 설명하는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은 시대였다. 거대한 도시의 불빛, 성능을 최고로 끌어올린 일본제 스포츠카, 보행자 천국에 나와 단체로 춤을 추는 젊은이들, 잔뜩 부풀린 머리, 폭주족의 과장된 바이크와 특공복처럼. 

1990년에 접어들며 버블의 풍요가 가장 충격적인 방식으로 마무리 되기 시작했다. 요나하 준은 <헤이세이사 어제의 세계, 모든 것>(마르코폴로, 2022)에서 첫 페이지 소제목을 "두 아버지의 '붕어(崩御)'"라고 했다. 요나하 준은 1989년 1월 7일 쇼와 덴노 사망을 첫 아버지의 죽음으로 꼽았다. 또 다른 아버지의 죽음은  헤이세이 원년인 1989년 1월 8일 이후 6월 폴란드 자주관리노조 '연대'의 선거압승, 10월 헝가리의 사회주의 포기, 11월 체코슬로바키아의 벨벳 혁명, 12월 미소양국의 냉전 종결 선언과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처형으로 이어지는 동구권 붕괴다. 동구권에서 시작된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는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 1990년 10월 3일 독일 통일, 1991년 12월 26일 소련 붕괴로 이어졌다.

"한마디로 말해서 1989년 일년 동안 일본인이 뭔가 생각할 때 참고로 하는 기준, '좌우'라는 두 가지 기둥이 함께 부러진 셈입니다."(<헤이세이사>, p.26)

쇼와 시대 일본인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