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세계사 - 영화 <마레이니>와 美블루스 역사

첫 장면부터 가슴을 후벼파는 블루스 음악이 터져 나오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이 영화는 무엇보다 귀가 즐겁다. 블루스 문외한이라도 흑인의 한과 흥, 에너지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선율을 들으며 몸을 가만히 두기 어려워진다. 
영화의 주 무대는 1927년 시카고의 한 음악 스튜디오. 불같은 성미와 열정을 가진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와 밴드가 음반 녹음을 위해 모인다. 마 레이니는 까탈스럽게 온갖 것들을 요구하면서 신경질을 부리고, 트럼펫 연주자 레비는 자기 식으로 연주하겠다고 우긴다. 그 사이에 끼인 다른 밴드 멤버들과 음반 제작자는 미칠 지경이다. 그런데, 마 레이니는 왜 그토록 까다롭게 구는 것일까? 레비는 왜 무리한 행동을 거듭할까? 
주인공 마 레이니가 한 밴드 멤버에게 이렇게 말한다.“백인들은 블루스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듣는 사람이) 기분 좋으라고 부르는 게 아니야. 인생을 이해하려고 부르는 거지. 블루스 없는 세상은 공허해. 블루스는 내가 시작한 게 아니야. 항상 세상에 존재했지.” 
블루스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곧 세상이며, 특히 흑인들이 살아온 세상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영화의 원제목은 〈마 레이니의 블랙 보텀Ma Rainey’s Black Bottom〉이다. ‘검은 궁둥이’란 뜻의 ‘블랙 보텀’은 마 레이니의 최대 히트곡 제목이자, 1920년대에 흑인은 물론 백인들 사이에서도 유행한 춤의 이름이기도 하다. 노래 가사는 대충 이렇다. 
“사내들 들어보시오. 여러분들에게 최고로 멋진 검은 궁둥이를 보여줄게. 남쪽 앨라배마에 친구 한 명이 있어. 사람들은 춤추는 새미라고 불렀지. 춤추면 다들 미쳐. 검은 궁둥이가 들썩이고 유대인 애기가 깡총거리지… 이제 내 검은 궁둥이를 보여줄게. 내가 기분 좋게 해줄게.” 
느릿느릿하면서도 관능적인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흑인 노동자들이 흥겹게 궁둥이를 흔들며 춤추면서 노동과 차별로 점철된 고단한 삶을 한때나마 잊으려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마 레이니가 녹음실에서 까탈스러웠던 이유는, 그것이 그녀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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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와 통신사에서 오래 일했으며, 지금은 국제문제를 주로 다루는 프리랜서 언론인 및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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