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게 사는 법
우리말 관용구에는 "노답인생"이라는 말이 있다. 글쓴이가 경험한 쓰임의 실례를 종합하자면, 한 개인을 두고 그의 나이, 성별, 사회내 위치, 가족및 자녀 유무여부를 따져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행동을 실천하지 못 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말인 것 같다. 예컨대 40대 후반의 가장이 세 번의 사업 실패에도 불구하고 도박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해 부양의 부담을 배우자나 다른 가족원에게 떠안긴다거나, 스스로의 허영심을 이기지 못해 물질적인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생필품 외의 럭셔리 재화에 과한 소비비중을 둔다거나, 아니면 수년간 열심히 구직 또는 많은 알바를 뛴 20대 후반의 모 젊은이가 결혼, 집, 자동차 등을 마련하는데 드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금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미래를 단념할 때에도 쓰는 말이다. 다시 정리하면 노답인생은 한국사회 내에서 평균의 삶을 누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주관식 문항의 빈칸을 채우지 못하고 오랫동안 쩔쩔 매고 있는 삶이다.
그 주관식 문항은 대충 이렇다. "주어진 단계에 알맞는 고유명사를 괄호 안에 채워놓으시오: ( )대학교 재학/졸업; 주식회사 ( )에서 근무중; 배우자 ( )와 결혼; 본인 명의의 주택 ( )에 거주; 본인 명의의 자동차 ( )로 통근...." 등등 40년 전을 20대, 30대로 살아갔던 전 세대 및 전전 세대가 보아도 전혀 낯설지 않은 기존의 양식 속에서 최소한의 디테일만을 조정할 자유를 가진, 그러나 빈칸을 채워야 할 의무에 속박되어 있는 개인으로서 한국인은 살아가고 있다. 주관식 문항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