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09) 2부. 성역에 눈 뜨다] 03. 참여정부, 너마저...
참여정부, 너마저...
MH는 거침이 없었다. 재벌 개혁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다 하겠다고 했다. 출자액 규제, 집단소송제, 심지어는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계열분리명령제까지 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경실련에서 주최한 대선 후보 초청 토론에서 나는 질문자로 그의 옆에 앉아 그의 열정적인 모습을 지켜보았다. 지지율 열세인 상황에서 상대 후보와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의제로 생각한 듯 했다. 득표를 위한 정치적 발언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워낙 예측이 어려운 파격적인 후보였기에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MH를 처음 가까이서 본 것은 방송 토론에서였다. 2002년 대선에는 많은 후보 토론이 있었다. 공식적으로 선관위 주최 토론 외에도 각 방송사마다 후보를 불러 토론을 이어갔다. 다양한 형식의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나는 한 라디오 방송의 패널로 참여했다. 후보를 한 명씩 불러 패널들이 돌아가면 질문하는 형식이었다. 카드 사태 이후로 나는 자주 방송 토론에 출현한 편이어서 방송 토론이 낯설지 않았다.
당시에 방송사에서는 중립적인 패널로 시민단체에 패널 추천을 요청하곤 했다. 당시만 해도 경실련에는 진보와 보수 진영 교수들이 모두 있었으니 방송국에서도 큰 문제가 없었다. 최근에는 보수적인 인사들이 따로 보수 단체를 꾸리는 바람에 시민단체도 보수와 진보 단체를 함께 부르고 있다. 기득권을 옹호하는 보수 단체들의 구색맞추기에 따라 기득권 세력을 견제하는 시민단체로서의 기능은 제한되고 있다. 이젠 객관적인 패널 구성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당시 MH는 지지도 하락으로 곤경에 처해 있었다. 예상치 않게 MH가 갑자기 민주당의 후보가 되면서 당내 외에 정치 개혁을 지지하는 열광적인 지지층이 생겨났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변이 발생한 덕분에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