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원 저,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리뷰: 원래 나사 하나쯤 빠진 게 인간이죠
지난 2월에 정신적으로 그리 좋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었다. 친구에게 요즈음 내 심리상태가 이렇다, 썩 좋지 못한 상태에 있어서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할 만한 상태가 못 된다, 이렇게 상담을 구했다. 사실 상담을 구했다기보다는 그냥 누구에게라도 내 상태를 말하고 싶어서 말을 쏟아냈던 것 같다. 그랬더니 친구가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라는 책을 택배로 보내줬다. 읽던 책을 보내준 게 아니라 아예 새 책을 내 집 주소로 보내줬다. 책 내용이 어떤진 모르겠지만, 친구의 마음이 엄청 따뜻하다고 느꼈다. 나였다면 으레 사람들이 하는 입에 발린 위로의 말을 해 주거나, 기껏해야 달달한 스타벅스 음료 한 잔 보내주는 게 전부였을 텐데.
책을 펼쳐보기도 전에, 친구로부터 그 책을 받은 사실 하나만으로도 많은 위로가 되었다. 나의 힘든 상황에 대해서 단순히 위로를 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데, 나름대로 해결책까지 함께 고민해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를 챙겨 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잘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 생긴 셈이다. 아무튼, 그렇게 책을 받고 처음엔 원래 읽던 <보바리 부인>을 읽느라, 그 이후에는 회사 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한 달이 지나서야 그 책을 펼쳐 보게 되었다. 사실은, 파스텔톤의 배경에 말랑말랑하게 귀여운 삽화 넣어놓고 <~해도 괜찮아>라고 무작정 위로해주는 류(類)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도 그런, 위로를 주입하는 책이 아닐까, 약간 걱정되기도 했다. 솔직히 얘기하면 이 책도 어느 정도는 그런 느낌이 있긴 하다. 다만, 저자가 심리학과 교수이고 임상심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이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위로 에세이들보다는 조금 더 근거를 갖추어서 설득력 있게 얘기해 준다. 어쨌거나 임상에서 상담을 해 본 경험이 많은 분이다 보니, 여러 내담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요즘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서 힘들어하고, 어떤 방식으로 다르게 생각하면 마음이 나아질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