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 #시인 옮김

문예감성 12호 2015호 가을/겨울

가을이 오면
    죽송 전표건

가을을 마중온 솔바람이
뜰에서 서성인다
여름이 무너져 쓸러내리며
낙엽위에 갈색편지로 예쁘게 씌어지면
아직은 내귀에 생생하지만
귀뚜라미 첫소절이
가을을 안고 소리로 다가선다
머지않아 밤안골에 서리가 내리고
제일 잘부르는 애창곡에도
드문드문 첫눈이 섞이면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던 그 사람
스산한 한기처럼 찾아올까?
가을이 오면
계절의 검문소인 눈꽃송이는
세사에 향기를 많이 드린이만
사뿐히 지나갈수 있다고
긴 코주부의 밤꽃송이
순백의 아카시아. 백합 향기에 손짓한다.
민들레는 거기서라고 했더니
살-살 바람에 흩날려 몰래 지나간다
잎새에 이는 솔솔부는 솔바람에
꼭꼭여민 가슴 풀어놓고
사랑을 앓던 사춘기 그때처럼
얼빠진 쑥맥 바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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