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김형찬
2023/05/31
20년 가까이 같은 분들과 한달에 한번 모이는 독서회를 해오고 있다. 덕분에 편식하지 않고여러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있었고, 멤버들의 다양한 인생의 이야기를 양념 삼아 책을 맛있게 요리해 먹을 수 있었다. 이 시간은 진료실에 갇혀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배움의 시간이다. 
   
독서회에서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책을 읽었다. 2시간이 넘게 책의 내용과 각자가 처하거나 경험한 병과 죽음에 관한 경험이 나누었는데, 몇 가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했다. 
   
첫째, 우리는 죽음에 대해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죽음은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처럼 극적이거나 아름답기보다는, 매우 고통스럽고 그 사람이 살아온 아름다운 인생을 퇴색시킬 수도 있는 추한 과정일 수 있다. 
   
둘째,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죽음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죽음을 모르고, 죽은 후에는 내가 없기 때문이다. 타인의 경험은 그럴 것이라 짐작할 수 있을 뿐 알 수는 없는 일이다. 
   
셋째, 평소에 아무리 자신의 최후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계획했다고 해도, 정작 그 순간이 왔을 때 과연 이전에 결심했던 것처럼 실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적극적으로 자신이 계획한 죽음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생존의 의지가 그것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분명 그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지만, 정작 자신이 죽음 혹은 그 과정에 접어들었을 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위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깊이 공감하고 우려한 것은, 삶의 자율성을 잃은 상태로 오래 살아있으면서, 서서히 사그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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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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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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