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클래식 산책] 눈 떠보니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이화경
이화경 · 프리랜서 작가
2024/04/22

https://blog.naver.com/ghgh2332/220806707411


“군부독재랑 싸웠다고 으시대는 것들이 왜 맨날 후배들한테는 군기잡고 독재냐구!”

희곡 작가 김명화의 작품을 중견연출가 오태석이 만든 연극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는 80년대 대학연극반 출신 선배와 90년대 연극반 후배사이, 그 바리케이드만큼 높은 벽을 그린다.그러나 ‘최루탄 세대’와 ‘록카페 세대’의 이같은 부딪힘은 표면적 갈등에 지나지 않는다. 90년대말 오늘의 한국인이 겪는 세기말의 혼돈이 끓는 기름처럼 부글거린다. 
<출처 : 동아일보 리뷰>

2000년에 대학에 입학했다. 호르몬이 정점을 향해 가던 시기. 내 관심은 온통 연애였다. 첫 학기를 대충 끝내고 첫 방학을 맞았다.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미용실에서 탈색을 하고 어슬렁어슬렁 학교를 찾았다. 귀에 꽂힌 이어폰에선 당대 최첨단 트랜드였던 홍대 인디 밴드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중도 어귀를 지나는데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광장에 깃발을 들고 서 있었다. 그 비를 다 맞아 가며. 애들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한 줌이나 겨우 됐을라나.  털이 다 뽑힌 닭처럼 애들의 행색은 후줄그레하기 짝이 없었다. 깃발엔 격정적 문구들이 마치 과거에서 타임슬립이라도 한 것처럼 어색하게 박혀 있었고, 밖에서 이어폰을 뚫고 들어오던 음악은 시대착오, 그 자체였다. 후일, 학교생활 속으로 더 깊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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