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하는 조선조 이야기가 오늘의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4/26
아무리 성과주의 사회라지만 결과가 모든 걸 말하지는 않는다. 결과만큼 과정이 중할 때가 있고, 과정만큼이나 의도가 유의미할 때도 있다.

그러나 결과보다 과정, 과정보다 의도를 바라보는 건 어려운 일이다. 결과는 튀어 드러나지만 과정은 가라앉아 한눈에 살피기 어렵다. 의도는 더욱 그러하다. 한 길 사람 속 알 수 없다는 말처럼 애써 찾더라도 쉬이 짚어지지 않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리하여 결과보다 과정을, 과정보다 의도를 살피는 작업엔 수고와 공력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작품 또한 그와 같다. 어느 작품은 졸렬하지만 그저 형편없게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졸렬한 결과 아래 깔린 과정이며 의도가 실제 드러난 것보다는 대단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살펴야 드러나는 그러한 것들로부터 누구는 오늘의 졸렬한 작품 너머 걸출한 미래가 있을 수 있음을 기대하게 되기도 한다.
 
▲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포스터 ⓒ SK 텔레콤

감춰진 것에 주목하면 보이는 것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꼭 그와 같은 영화다. 이 영화는 오래도록 형편없는 요소들로 비난을 사왔다. 이동진과 같이 한국 대형영화사에 우호적인 평론가조차 '인상적인 대사들을 그저 실어나르는 서사'라 혹평했을 정도. 꼭 그가 아니라도 이 영화에 대하여 호평을 하는 이를 만나보기 어려우니, 혹자는 이 영화가 한국 영화사에서 곱씹어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누군가 이 영화를 기억한다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요소들 때문일 테다. 갑자기 사극을 판타지로 보내버리는 차승원의 드라큘라 이빨, <맹인검객 자토이치>를 연상케 하는 황정민의 칼잡이 연기, 단 며칠의 훈련으로 절대검객으로 성장하는 주인공의 재능, 목숨이 오가는 중요한 순간에 홀로 사랑연기에 매진하는 기생의 저 홀로 아련함, 다른 사극에선 보기 어려운 국왕과 조정 대신들의 경박한 태도 따위 말이다. 하나같이 영화가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는 증거일 수 있겠다. 그렇게 영화는 이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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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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