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팔 것인가 -정리할 물건은 물욕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4/04/24


작심하고 중고 거래에 나서서 빈티지 상품을 지속적으로 파는 사람도 있긴 하겠으나,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팔 물건이 공급되어야 계속 팔 수 있으니 여기서는 보유하고 있던 물건을 처분하는 일반적 경우만을 다루기로 한다.

자, 그럼 무엇을 팔 것인가? 이상한 질문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방송에 출연해도 될 만큼 독보적인 생활 방식을 체화한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써서 없애버리는 물건만 소비하지는 않기 때문에 물건은 쌓이기 마련이고, 그중에는 처분할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저거 쓰지도 않는데 버리자니 아깝고 놔두긴 공간 낭비고 어쩌나…….’ 싶은 물건이 명확히 있는 사람도 적지 않으리라. 이런 사람들 중에서 처분하기로 마음먹은 물건이 확실하고, 그 이상으로 물건을 정리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면 이번 회차는 굳이 다 읽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치울 물건이 많거나 물건을 좀 줄여야 하는데 감이 오지 않는 사람, 삶의 기조를 바꾸어 비움의 미학을 실천하려는 사람은 지금부터 다룰 판매 전 단계 이야기를 읽어보길 권한다.

참고로 나는 취미가 모조리 공간을 심하게 점유하는 것들이라 자나깨나 공간 확보에 골몰해야 하는 운명인데, 그 취미들이란 바로 독서와 보드게임, 등산이다. 독서는 말할 것도 없이 부동산의 적으로 정평이 났고, 보드게임은 중급자 이상을 대상으로 한 게임이라면 대체로 하나가 책장 한 칸의 10센티 가량을 점유해서 하나 살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힌다. 등산은 이론적으로는 등산화 하나만 있으면 일상용품으로도 즐길 수 있는 취미지만 할 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편해지려는 욕망이 자극되는 터라 장비가 하루하루 늘어나는 것을 막기 힘들다. 이러니 남는 공간이 있을 턱이 있나…….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무엇을 모으거나 관련 용품이 늘어나는 취미가 있다면 처분할 물건을 고르는 일은 정말로 중대한 과정이고, 몸에 잘 익혀둬야만 하는 생존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니멀리즘이 워낙 널리 잘 알려진 터라 이 부분은 미니멀리즘을 다루는 책이나 방송을 참고해도 좋겠다. 하지만 개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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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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