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컨트의 고유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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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문화비평
2023/10/19

리플리컨트의 고유한 목소리
   
40여 년 전 이태리에서 처음 발표된 ‘음악과 목소리, 언어’라는 글에서, 롤랑 바르트는 그림에 대해 유려하게 말한 이들은 많지만 음악에 대해 그런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프루스트조차도” 예외가 아니라고 잘라 말한 바 있다. 그것은 그가 “일반성의 질서에 속하는 언어”와 “차이의 질서에 속하는 음악”을 통합시키는 것이 근본적으로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러한 견해를 가장 극명하게 뒷받침하는 건 ‘짐노페디’ 연작으로 유명한 작곡가 에릭 사티로, 그는 자신의 악보에 Imbibet(술취한), 혹은 “뚱뚱하게”란 뜻의 Corpulentus라는 기이한 지시문을 써둔 것으로 악명 높다. 

특정 음표를 어떻게 연주하면 “술취한” 것처럼 들리며,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뚱뚱하게” 들릴 것인가? 당연히 이는 ‘일반적’이라기보다는 ‘자의적’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이를 그저 ‘정확한 언어적 재현은 가능한가?’라는 식의 분석철학전통에서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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