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이 치매를 막는다

김형찬
2023/05/10
“요즘 자꾸 깜빡깜빡해. 돌아서면 잊어버려. 이러다 몹쓸 병에 걸리는 거 아닌가 몰라. 병원에서 괜찮다고 해도 맘이 놓이질 않네.”
   
“그런 걱정으로 스트레스 받는 것이 더 안 좋아요. 걱정할 시간에 도움이 될 일을 하시는게 좋아요. 아이 갖고 태교할 때 ‘저 사람은 절대 닮지 마라’ 하면 더 닮는다고 하잖아요. 생각의 초점을 긍정적인 면에 맞추세요.”
   
최근 들어 심해진 건망증 때문에 치매를 걱정하는 환자를 보니, 보건소에서 근무할 때 진료실 베드에서 할머니 두 분이 나누시던 대화가 떠올랐다. 어느 여름날, 한 할머니께서 허리가 아파 침을 맞고 계셨다. 그 사이 다른 분이 오셔서 옆 베드에서 치료를 하고 하는 중에, 목소리를 알아 보신 먼저 할머니께서 “**이 엄마 아냐?” 라면서 반기셨다. 
   
침을 맞는 내내 커튼을 사이에 두고 두 분의 대화가 이어졌다. 농사이야기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다가 같은 동네 사는 한 할머니의 근황에 이르자 두 분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뭍어난다. 그 때 한 할머니께서는 하신 말씀은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다. 
   
“암에 걸리는 것은 무섭지 않아. 그냥 죽어버리면 되니까. 그런데 치매에 걸리면 죽지도 못하고. 나도 못할 짓이고 자식에게도 못할 일이야...”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되면서 겪게 되는 많은 문제들이 있는데, 치매는 그 중 대표적인 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래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특정한 질병에 의해 유발된 경우라면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을 통해 호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특정한 원인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대부분인데다가 뇌혈관의 문제로 발생한 혈관성 치매도 치료가 어렵다.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되고, 최근에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약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는 상태다. 다만 병의 진행을 조금 늦추거나 병의 진행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에 대한 대증적인 치료를 하는 정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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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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