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사람

김바리
김바리 · 읽고 쓰고 달리는 사람.
2024/04/18

이 감정은 자신을 먼저 소개하는 법이 없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쏟은 일이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될까 봐, 이 일로 내가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들킬까 봐. 기쁨이라는 친구의 뒤로 숨은 채 마치 기쁜 척, 즐거운 척 극을 연출하기 시작합니다. 뜻대로 흘러갈 리 없죠. 주인공인 감정들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억지로 떠밀려 나온 기쁨과 까칠함과 분노 친구들만이 무대 위를 어색하게 휘젓고 다닙니다. 별안간 관객들은 그 모습에 당황을 하고, 누군가는 퇴장하거나 또는 졸기 시작합니다.

솔직하고 싶습니다. 지금 두렵다고, 걱정이 된다고 말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은 어른의 세계에서는 환영받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낍니다. 무대 뒤 구석에서 웅크리고 앉아 흐느끼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 봅니다. “너는 지금 무엇을 원하니?”, “어떤 상황이 너를 이렇게 만들었니?” 그가 대답합니다.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는 것이 두려워요”, “다른 감정들보다 더 못난 거 같고 연기도 못 하고 춤도 못 추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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