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 당신의 죽음을 누가 비난할 수 있나요

소스케
소스케 · 삶과 죽음에 대해 고찰하는 영화쟁이
2023/11/09
영화 <아무르>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이 가장 낙담하고, 좌절하는 것 중 하나는 멈춤, 익숙함의 멈춤이다. 여기서의 멈춤은 능동이 아닌 수동이다. 즉, 내 의지로 할 수 없다. 상상해보자. 한 평생 자유롭게 쓰던 오른쪽 손이 불편해졌다. 특히, 손가락에 점점 문제가 생겨 소동작을 할 수 없고, 도구를 이용해 식사가 어려워졌다. 먹는 것을 유독 좋아했던 이 사람은 식사 시간이 지옥으로 바뀌었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런 생각에 자괴감, 미안함의 감정이 올라오며 사는 이유가 점점 상실된다. 이렇게 당연스럽게 여겨지던 것이 멈추게 되면 일상의 제약과 더불어 감정적인 요동이 거세게 휘몰아친다.

노년의 삶은 수동적 멈춤의 일상이자, 진행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100세 시대가 열렸고,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질병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면 더없이 좋으련만,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고, 문제가 생긴 곳을 고치며 나아가는 과정은 꽤 우울하다. 고통이야 의학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이 있지만, 이로 인해 일상의 제약이 발생하면 포기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남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 많아진다.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도움을 받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민망함과 미안함이 덤으로 찾아온다.

영화 속에서도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열린 창문으로 비가 들이친다. 마침 남편 조르주가 외출을 나가, 몸이 불편한 안느는 집에 혼자 있다. 그녀는 창문을 닫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한다. 한참을 비가 들이치는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장례식을 다녀온 남편 조르주가 이를 발견한다. 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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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대해 싫증과 갈증을 동시에 느낍니다. 영화를 통해 나를 비추어보고 세상을 경험합니다. 모든 죽음에 경의를 표하며 리뷰를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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