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가 살인자 되는 사회, 영화로 만든다면
2024/01/14
각자도생이란 말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나라도, 사회도, 지역도, 내 이웃과 동료까지도 나를 챙기지 않는다는 불안이 사회를 좀먹고 있는 것이다. 나를 책임질 것은 오로지 나뿐이라지만, 끝까지 마음 걸리는 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바로 가족이다.
누구도 챙기지 않는 이가 바로 내 가족이라면 나라도 그를 챙겨야 하는 것이 이 나라 현실이 아닌가. 설상가상 장애며 치매, 말기질환과 같이 보살핌과 돈이 들어가는 문제를 안고 있다면 그 모든 부담이 개인의 책임으로 남겨질 것이 빤한 일이다.
한국의 장애인 인구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등록된 것만 해도 260만을 훌쩍 넘는다. 치매 인구수 또한 경증을 포함 100만 명에 육박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돌봄 부담을 지고 있을 그 가족을 생각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가 제 가족의 부양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을 것이 자명한 일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간병의 스트레스란 얼마나 클 것인가. 올해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간병살인 가해자 수가 150명을 넘기는데, 그 상당수가 주변에서 효자, 효부라는 소리를 듣던 이들이다(송명환 저, <헌법상 보건권 실현을 위한 사회보장법제 및 보건의료법제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효자, 효부를 살인자로 만드는 척박한 현실이야말로 이 시대 복지가 마땅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각자도생 사회, 스릴러가 되다
피부로 느껴지는 이같은 위험을 영화가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주목받는 신예 임상수의 <파로호>가 바로 그와 같은 작품으로, 영화는 치매노인을 홀로 간병하는 청년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풀어간다.
제목에 쓰인 파로호는 실제 지명이다. 강원도 화천과 양구, 두 지역에 걸쳐 있는 큼지막한 인공호수다. 북한강 협곡을 막아 세운 화천수력발전소 바로 위에 자리한 이 호수는 주변 경관이 좋아 한때는 관...
누구도 챙기지 않는 이가 바로 내 가족이라면 나라도 그를 챙겨야 하는 것이 이 나라 현실이 아닌가. 설상가상 장애며 치매, 말기질환과 같이 보살핌과 돈이 들어가는 문제를 안고 있다면 그 모든 부담이 개인의 책임으로 남겨질 것이 빤한 일이다.
한국의 장애인 인구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등록된 것만 해도 260만을 훌쩍 넘는다. 치매 인구수 또한 경증을 포함 100만 명에 육박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돌봄 부담을 지고 있을 그 가족을 생각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가 제 가족의 부양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을 것이 자명한 일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간병의 스트레스란 얼마나 클 것인가. 올해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간병살인 가해자 수가 150명을 넘기는데, 그 상당수가 주변에서 효자, 효부라는 소리를 듣던 이들이다(송명환 저, <헌법상 보건권 실현을 위한 사회보장법제 및 보건의료법제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효자, 효부를 살인자로 만드는 척박한 현실이야말로 이 시대 복지가 마땅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각자도생 사회, 스릴러가 되다
피부로 느껴지는 이같은 위험을 영화가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주목받는 신예 임상수의 <파로호>가 바로 그와 같은 작품으로, 영화는 치매노인을 홀로 간병하는 청년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풀어간다.
제목에 쓰인 파로호는 실제 지명이다. 강원도 화천과 양구, 두 지역에 걸쳐 있는 큼지막한 인공호수다. 북한강 협곡을 막아 세운 화천수력발전소 바로 위에 자리한 이 호수는 주변 경관이 좋아 한때는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