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지 않을 권리

박주얼
박주얼 · 미국 소아과 의사
2024/05/01
Pixabay - milli_lu
미국 소아청소년 건강검진 (Well Child Visit) 16세

매 분기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갱신하고 있는 한국입니다. 2023년 4분기 출산율은 기어코 0.7명대를 뚫어 0.65명을 기록했죠 [1]. 국가의 미래도 걱정이 되고,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소아과를 택한 저로서도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어떻게 하면 임신과 출산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 출산율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전 국민의 관심사인데요. 다만 이 와중에도 최대한 피하고 싶은 임신이 있습니다. 바로 청소년기 임신입니다.

한국에서 체감은 잘 안 되겠지만, 사실 청소년기 임신은 국제적으로 심각한 보건문제입니다. 여자 청소년 100명 중 6.5명은 청소년기에 임신을 경험한다고 하고, 특히 아프리카는 10%의 청소년이 임신을 경험한다고 하죠 [2]. 그에 비해 미국은 100명 중 1.7명이 임신을 한다고 하니 낮은 편이지만, 이 수치는 서구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3]. 2016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100명 당 0.3명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나,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고, 혼외 임신에 대한 낙인이 엄청난 우리나라 문화를 감안하면 보고되지 않은 임신도 꽤나 많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4].

청소년기 임신이 산모와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것은 직감적으로 알 수도 있겠지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3].  
- 청소년기 여성은 비교적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하거나 충동적으로 성관계를 가질 경우가 많아 청소년기 임신의 90%는 계획되지 않은 임신
- 임신 중 고혈압 및 자간증(임신 중 경련을 하는 응급상황)
- 신생아의 사망률이나, 미숙아 혹은 저체중일 위험도 증가 
- 산모의 학업중단, 미숙한 육아법, 가정 내 불화 등 불우한 육아환경
특히 미국에서 청소년기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 중 33%는 학업을 조기중단하고, 25%는 본인이 청소년기 임신을 경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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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소아과 수련중인 전공의 박주얼입니다. 한국의 의료와 미국의 의료, 두 시스템 사이에서 느낀 점을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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