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특권을 제대로 빼앗으려면 (강남규)
2023/04/16
필자 : 강남규 (『지금은 없는 시민』 저자, 토론의 즐거움 멤버)
의원 정수 확대, 비례대표 확대. 이 두 가지를 얘기하지 못해서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 모두가 포퓰리즘을 비난하지만, 모두가 포퓰리즘에 굴복한다.
애초에 큰 기대를 걸지도 않았다. ‘19년만’이라는 대단한 타이틀을 달고 시작된 선거제 개편 전원위원회가 4월 13일로 마무리됐고, 역시 유의미한 토론은 없었다. 쟁점이 될 거라고 예상한 사안이 쟁점이 됐다. 의원 정수 확대와 비례대표 확대 문제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강경한 태도로 두 사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고, 더불어민주당도 (적어도 검찰 수사권이나 여타 문제에서 그러하듯) 그리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저 두 사안이 잘 진척되지 않는 이유는 알 만하다.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정치혐오는 짙고 짙어 국회의원을 특권층으로 이해하는 인식이 굳어 있고, 어떤 식이건 ‘법을 정하는 국회의원들이 자기 뱃속을 채우는’ 일에 지독할 정도로 반대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의원 정수 확대와 비례대표 확대라는 두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자기 뱃속을 채우는’ 일로 이해된다. 그러니 저 두 사안은 풀리기 어렵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나눠먹는 일이라고 여겨져서다.
무엇이 진짜 특권인가
무엇이 진짜 특권인가
그러나 과연 그런가? 일단 국회의원이 가지는 진짜 ‘특권’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불체포특권이 특권인가? 물론 일반 시민은 가질 수 없는 권리이니 특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이게 얼마나 빈번하게 행사되느냐다. 최근 20년을 살펴봤을 때, 우선 17대 국회에서는 단 한 차례만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제출됐다. 18대 국회에서는 세 차례, 그 중 한 차례는 가결됐다. 즉 불체포특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19대 국회에서는 열한 차례가 제출됐다. 체포가 이뤄진 건 세 차례. 20대 국회에서는 다섯 ...
강남규(<지금은 없는 시민> 저자), 박권일(<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신혜림(씨리얼 PD), 이재훈(한겨레신문사 기자), 장혜영(국회의원), 정주식(전 직썰 편집장)이 모여 만든 토론 모임입니다. 협업으로서의 토론을 지향합니다. 칼럼도 씁니다. 온갖 얘기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