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의 유행과 디지털화 된 아날로그 기계 장치에 대한 환상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4/03/29
인형뽑기, 출처-대학내일

1. 인형뽑기, 새로운 문화 콘텐츠 연구의 가능성

인형뽑기는 집게, 봉, 밀어내기 판 등을 버튼이나 레버로 조작해 경품을 얻는 게임이다. 게임은 보통 동전이나 기계가 인식하는 코인 등 주화를 투입해 기회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교통카드나 신용카드를 접촉해 게임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로 발전하기도 했다. 인형뽑기는 내용과 방식이 매우 단순한 놀이지만, 2016년부터 다시 유행하기 시작해 2017년 상반기 유행의 정점을 찍은 후, 2018년 이후에도 그 추세는 약하게나마 이어져 오고 있다. 

인형뽑기는 ‘크레인 게임물’로 분류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인형뽑기 방을 관리 단속한다. 통계에 따르면 2017년 5월 기준, 전국 인형뽑기 방은 1,705곳으로 집계됐다. 일 년 전(2016년 5월, 33개)에 비해 50배 이상 늘어난 숫자이고, 불과 4개월 전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말 그대로 폭증했다. 더구나 이 같은 통계에는 등록 없이도 인형뽑기 게임기기를 다섯 대까지 비치할 수 있는 대형 음식점이나 극장, 기타 놀이 시설들은 제외돼 있어 실제 인형뽑기 영업을 하는 점포는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이후 한국사회에서 인형뽑기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보편적인 문화산업 콘텐츠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주요 도심 상권과 변두리 골목을 가리지 않고 인형뽑기 방이 들어섰고, 업종과 관계없이 인형뽑기 기계를 설치해 부가수입을 올리는 점포도 늘어났다. 높아진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식당, 카페, 옷가게 등이 폐업하고 그 자리를 인형뽑기 방이 빠르게 대체했다. 사람들은 이제 인형뽑기를 일상적인 활동 반경 내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문화 콘텐츠는 문학 예술을 기반으로 확장돼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 게임과 같은 다양한 예술 장르나 형식을 일컫는 한정적 개념이었다....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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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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