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식일기> : 채식 지향인의 슬기로운 식탐 탐구 생활 by 최미랑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9/10

2019년 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전 세계가 마비되었다. 좀체 수그러들 줄 모르는 역병의 기세 앞에서 오직한 가지 생각만 떠올랐다. "아, 진짜 좆됐다. 우리는 지구를 구할 골든 타임을 놓쳤구나." 코로나는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라 수 세기에 걸쳐 축적해 온 인간의 탐욕이 부른 인재였다. '더 많이, 더 싸게, 더 빨리, 더 편리하게'를 외친 만큼 인간의삶은 풍요로워졌고 지구는 병들어갔다. 혹자는 코로나가 기후 위기의 서막이라며 이제부터 조금씩 실천하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만에, 코로나는 기후 전쟁의 끝 단계이자 인류 멸망의 신호탄이다. 창문 밖으로 흘러가는 하루가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 핵 전쟁에 버금가는 역동적인 대처와 개개인의 철학이 바뀌지 않는 한 인류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다. 

2년 동안 코로나 시대를 살아내면서 가장 골몰한 사안이 바로 '식생활'이었다. 대체 코로나와 음식이 무슨 상관이냐며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탐식의 시대에 무엇을 먹을지, 먹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은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다. 육류들 가운데 대표적으로 소고기를 예로 들어보자. 소를 사육하려면 막대한 넓이의 땅이 필요하고, 목초지를 조성하려면 열대우림을 파괴해야 한다. 소고기 한 근을 얻으려고 소비되는 물의 양, 소가 먹어치울 곡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탄소 배출 문제도 간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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