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규의 말줄임표(1) | 망한 영화 ‘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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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30
어떤 이야기는 마침표나 느낌표가 아니라 말줄임표로 말한다. 완결성 있게 작품을 맺거나(마침표), 놀라운 경험을 제공(느낌표)하는 게 아니라, 그저 “이랬다면…”이라는 회한 또는 아쉬움을 중얼거리거나 원망 섞인 상상력을 어떻게든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전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라면, 읽는 사람도 마침표나 느낌표가 아니라 말줄임표로 읽어야 한다.

망한 영화 얘기로 이 지면을 연다. 손익분기점 약 400만명, 실제 관객수 99만명. 망한 영화의 대명사, <염력>이 그런 영화다. 99만명밖에 보지 못했다니 설명이 약간 필요할 테다. 어느날 우연히 강력한 염력을 갖게 된 소시민 ‘석헌’이 가난 때문에 오래전 절연한 딸 ‘루미’를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다시 만난다.

루미는 엄마와 제법 잘 나가던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가게가 있는 곳이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다. 루미와 동료 상인들은 맨손으로 쫓겨나지 않으려고 철거반대투쟁에 돌입하지만 용역깡패들의 폭력과 경찰의 진압에 떠밀려 망루에 올라 농성한다. 농성 중에 건물에 불이 번져 목숨을 위협받는데, 이들을 석헌이 초능력으로 구해내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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