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제에서 권력 구조의 문제 Episode.2 : 절대반지의 유혹

정재웅
정재웅 인증된 계정 · 금융공학 박사, 변절 빌런
2023/01/06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에서는 거의 언제나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가 확정되면, 그 시점부터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이 무엇이고, 누가 그 그룹의 수장인지가 언론에 회자되곤 한다. 그리고 거의 예외없이 이러한 측근의 끝는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이다. 멀게는 노태우 정권의 황태자로 불리다 슬롯머신 사건으로 구속된 박철언 전 장관이 있고, 가깝게는 ’영일대군‘ 혹은 ‘만사형통(모든 일은 형을 통하면 해결된다)‘으로 불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동한 안종범 경제수석이나 김기춘 비서실장이 있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주권자인 시민의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임기제 대통령이라도 해당 임기 동안은 상당한 — 거의 무소불위에 가까운 — 권력을 누리고, 자연히 그 권력의 파편이라도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한 권력내 암투 혹은 권력의 파편을 쥔 후 타락은 거의 언제나 발생한다. 이는 민주주의가 타락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특성 자체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권력을 쥐고 타락하는 사람은 그가 특별히 사악하거나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권력으로 인해 타락한다. 마치 골룸이 절대반지에 유혹당하듯이. 

시계를 한참 뒤로 돌려보자. 그러면 권력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최근 사례를 살펴보는 것보다 더 마음 편하고 깊이있게 분석할 수 있다. 그게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목적이기도 하지만. 

협천자 영제후挾天子 領諸侯(천자를 옆에 끼고 제후를 호령함)와 국궁진력 사이후이鞠躬盡力 死而後已(정성을 바쳐 나라를 위해 일하고 죽은 후에야 그만둠). 일견 상반된 듯한 이 두 글에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역적과 충신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연의와 정사를 떠나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전자가 언급하는 인물은 후한말의 조조, 후자가 언급하는 인물은 역시 후한말의 제갈량이다. 한명은 한조의 권신을 일컫는 망탁조의(왕망, 동탁, 조조, 사마의) 중 한 명인 반면 다른 한명은 현재까지도 충신의 대명사로 일컬어진다. 그렇지...
정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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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한국 경제성장에 있어 정부 정책이 금융시장 발전에 끼친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가상자산 스타트업을 거쳐 금융시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저서로 "변절 빌런의 암호화폐 경제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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