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학교 이야기 ① 브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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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0
나는 펜실베이니아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2000년대 초에 처음으로 차를 몰고 뉴욕시에 갔었다. 그때 어딘가에 들르려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맨해튼 북쪽에 위치한 할렘(Harlem) 지역을 지났다가 갑자기 변한 풍경에 놀란 기억이 있다. 백인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차들은 낡았고, 무엇보다 할 일 없이 길거리에 서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고 '무슨 일이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GPS가 없던 터라 지도책을 들고 위치를 확인하다가 비로소 (친구들이 안전하지 않으니 가지 말라고 했던) 할렘에 들어와 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더욱 놀랐던 건 남쪽을 향해 운전해서 길 하나(정확하게는 110th Street)를 건너자마자 갑자기 달라진 풍경이었다. 센트럴 파크를 바라보는 고급 아파트들이 가득한 5번가(5th Avenue)에 들어선 직후에 마주친 풍경은 제복에 모자까지 쓴 흑인 운전기사가 대형 승용차의 뒷문을 열고 집에서 나오는 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백인 여자아이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허구가 아니었다는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위험하니까 가면 안 된다는 "험한 흑인 동네"라고들 하는 할렘이 바로 길 건너라는 사실이었다.
이 사진은 맨해튼 부모들이 운전기사들에게 아이들의 등하교를 맡기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다고 하는 2007년의 뉴욕타임즈 기사에 등장했다. 내가 목격한 게 바로 이런 장면이었다.
미국에서는 잘 사는 동네와 가난한 동네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서로의 존재는 알아도 다른 집단의 사람들이 정말로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하지만 맨해튼에서 볼 수 있듯, 그런 두 그룹이 반드시 서로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은 아니다. 특히 대도시의 경우 도로 하나를 가운데 두고 한쪽은 엄청난 부자들이 모여 살고 있고, 다른 한쪽은 한 눈에 보기에도 가난한 동네임을 알 수 있는 경우가 꽤 많다.

오늘 하려는 얘기 속 동네들이 그렇다.

이 글은 This American Life(TAL)에 Three Miles(3마일)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두 학교의 이야기를 요약하고 설명을 더한 것이다. 뉴욕 맨해튼의 북쪽에 있는 구(borough)인 브롱스(뉴욕에서는 반드시 정관사를 붙여서 the Bronx라 부른다)에 위치한 두 개의 고등학교가 언론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2014년 뉴욕타임즈가 두 학교의 특이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부터다. 그 기사가 발행된 직후 NPR의 인기 프로그램인 TAL의 기자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다시 취재해서 만들어낸 라디오 기사가 Three Miles다.

브롱스의 두 학교

흔히 브롱스는 뉴욕의 다섯 개 구 중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로 일컬어진다. 인종적으로도 흑인과 히스패닉, 특히 이민자들이 많을 뿐 아니라, 가장 땅값이 비싸고 발전한 맨해튼에 접해있기 때문에 더욱 비교가 된다. 하지만 브롱스라고 해서 다 같은 브롱스가 아니다. 브롱스 안에도 부촌이 존재한다. 바로 필드스톤(Fieldstone)이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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