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레터

폐쇄된 어느 국가의 독재자가 모든 국민의 소득을 두 배로 늘려 주기 위해 국민 개개인에게 현재 벌고 있는 소득만큼의 현금을 찍어서 지급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놀랍게도, 이론적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모두의 임금이 두 배로 뛰었으므로 가게 주인들은 즉시 재화의 가격을 두 배로 올리게 됩니다. 그래야 그 가게 주인이 실질적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그 전과 같게 유지되겠죠? 제 월급이 두 배가 되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떡볶이의 가격도 14,000원에서 28,000원으로 오릅니다. 하여 저의 구매력도, 떡볶이집 사장님의 구매력도 불변입니다. 재화의 표시 단위만이 바뀌었을 뿐, 물가라는 ‘명목’ 변수는 실질 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명목과 실질의 분리. 경제학에선 이를 ‘고전적 이분법’이라고 합니다.

이 이분법이 정말로 작동했다면, 실물 경제에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하는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시시한 현상이었을 것입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죠. 경제학자들에게는 중요한 화두이지만, 우린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큰 몇몇 이유로 고전적 이분법은 단기적으로 무너지고, 물가의 변동은 개인의 소비와 저축, 기업의 투자 등 경제의 실질에 밀접한 영향을 끼칩니다. 이 영향력을 생생히 묘사하는 것은 이번 호 폴라리스의 주된 목표 중 하나였습니다.

우린 통화정책이 뭇 사람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예외적인 시기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이 코로나에 맞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풀어놓은 유동성은 위기 초 하락했던 자산가격의 급등을 가져왔고, 그 급격한 상승과 하락 속에서 부는 임의적으로 재분배됐죠. 중앙은행도 이것이 영원히 지속될 순 없는 기조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은 유동성을 거둬들이기 위한 시기와 정도를 가늠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 오미크론으로 인한 재침체 우려와 고율의 인플레이션이라는 정반대 성격의 파도들이 지구촌을 덮쳤습니다. 중앙은행으로선, 부양책과 긴축책 사이의 딜레마는 더욱 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