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 AI 몸피로봇, 로댕 (부제; 얼굴이 없어야 하는 이유)

이영록
이영록 · Dilettante in life
2024/04/24
직접 촬영

*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4925391
* 교보문고; AI 몸피로봇, 로댕 | 구연상 - 교보문고 (kyobobook.co.kr)
* Yes24; AI 몸피로봇, 로댕 - 예스24 (yes24.com) 

게임이나 언어 방면에서 AI의 능력이 점차 증명되면서, 인공지능을 탑재하여 마치 사람처럼 인간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로봇의 가능성이 이전 언제보다도 더 높아졌다. 인간이 이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인간과 구별하여 대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의 저자는 철학 교수인데, 이 점을 파고든다.

  중요한 주장은 '인간이 이들을 인간으로 대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얼굴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두뇌에는 얼굴을 인식하는 독립적 '회로'가 있다는 것으로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사람은 수렵채집 시기건 문명 시기건 타인을 주로 얼굴을 통해 인식해 왔기 때문에, 얼굴을 없애면 구별에 일조할 것임은 분명하다. 이런 인식적 논의들에 대해, 전형적인 사례를 아래 인용하면

... 섹스로봇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센싱, 즉 감각할 수 있고, 생각하거나 계획을 세우거나 판단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자신의 몸으로 직접 행동할 수 있는 'AI 로봇'입니다... AI 섹스로봇은 사전에 미리 등록된 사용자에게는 자발적으로 성행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사용자로 등록된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성행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섹스로봇이 아주 초보적 단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만일 우리가 로봇에게 이러한 성적 권리를 인정한다면, 로봇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리얼돌은 선택의 능력 자체가 없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죽어 있는 도구이지만, 섹스로봇은 성행위 상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드라마틱하게 말하자면, 살아 있는 기계생명체의 지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p.94)
 
  지금 완전 자동 운전 자동차의 법률적 문제(link)를 이해한다면, 논의를 따라가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1부의 상당 부분이 이런 논의에 할애된다. 2부는 주로 주인공과 대립하는 사람을 묘사하는 등의 극적 요소들이 지배한다.

  위에 인용한 스타일의 논의를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상당 부분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단 '소설'의 재미로는 약간 다른데, 1부 처음에서 나왔던 해킹 시도의 배후가 분명하지 않은 등 짧은 길이에서 중요하다고 암시되는 사건들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2부에서 주인공의 '적'에 대한 묘사 및 그 위치를 얻는 과정이 잘 설명되어 있지 않기는 마찬가지라 느낀다. 전반적으로 2부가 1부보다 설득력이 부족하다 느낀 이유가 그런 것이다. 이 때문에 1부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漁夫

  ps. 덤으로 과학적 문제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인간이 진화로 조형된 생물이라는 것은 작중 토론에서 알 수 있듯이 고려하기는 했으나, 그만큼 충분히 다루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인간 행동이 지금처럼 다른 인간 개체를 인식하고, 서로 이해하려 하고 협력하며 때에 따라 속이고 공격하는 것들은 모두 결과적으로 자신의 자손을 [더 많이] 남기려는 동기로 연결된다. 그런 동기가 없는 AI봇에게 이런 속성이 자연스러울 리도 없고, 사람에게 있다고 해서 AI봇에게 꼭 부여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내 생각에 아마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점이라면, 제한된 자원을  자신이 구입해서 번식과 수리에 나눌 필요가 없는 AI봇들이 왜 죽음을 신경써야 하는가?  노화가 이 점에서 나오고, 죽음은 그 부산물이란 점을 이해한다면 로봇들에게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속성이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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漁夫란 nick을 오래 써 온 듣보잡입니다. 직업은 공돌이지만, 인터넷에 적는 글은 직업 얘기가 거의 없고, 그러기도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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